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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정치 참여하겠다”…尹과 崔의 야권내 경쟁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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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정치 참여를 공식화했다. 최 전 원장은 7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나머지 공식 입장은 좀 더 준비된 다음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이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의 대선 구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의 이날 발언은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한 ‘숙고의 시간’은 끝났음을 의미한다.

지난 주말쯤부터 가족과 함께 강원도에 머물던 최 전 원장은 전날 저녁 급하게 서울로 돌아왔다. 병상에 있는 93세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귀경한 최 전 원장은 가까운 인사들에겐 이미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전달했다. 〈중앙일보 7월7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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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지지 모임인 '별을 품은 사람들'이 개최한 대선 출마 촉구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지지 모임인 '별을 품은 사람들'이 개최한 대선 출마 촉구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최 전 원장은 부친의 병세 악화로 애초 계획보다 빨리 서울로 돌아왔다고 최 전 원장과 가까운 인사가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 참여 결심을 제외한 대선 출마 선언 시점,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은 여전히 ‘숙고의 영역’에 남아있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은 일부 언론과의 통화를 빼면 이날 다시 휴대전화를 끄고 잠행했다.

다만 정치 참여 의사를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최 전 원장의 움직임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전 원장의 한 측근 인사는 “최 전 원장 혼자 정치 행보 준비를 할 수는 없지 않냐. 함께 준비할 사람을 모아 곧 팀을 꾸릴 것”이라며 “잘 아는 법조계 인사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의도엔 “최 전 원장 측이 공보팀과 정무팀 구성을 위해 젊은 정치인들과 접촉했고, 일부 인사의 경우 합류를 결정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최 전 원장의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 시점은 이르면 다음 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 전 원장 주변 인사들도 “뉴스에서 너무 멀어지면 잊힌다. 준비는 잘 하되 정치 선언은 빨리 하라”고 최 전 원장에게 조언했다. 하지만 변수는 부친의 건강상태다. 최 전 원장과 가까운 관계자는 “부친의 건강 상태가 불안정한데 정치 선언을 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부친이 좀 안정된 이후에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때 정치권엔 “헌법 가치를 중요시하는 최 전 원장이 제헌절인 7월17일에 대선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소문도 돈 바 있다.

대안 카드로 떠오른 최재형 

사퇴 의사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감사원을 나서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관용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사퇴 의사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감사원을 나서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관용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야권의 대선 구도는 흔들릴 전망이다. 오랫동안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해왔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른바 ‘X파일’과 처가 관련 의혹 등으로 여권의 공격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엔 “윤 전 총장이 혹독한 검증을 뚫고 대선까지 계속 갈 수 있겠나”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최 전 원장은 ‘대안’이자 ‘보험’ 카드가 될 수 있다.

최 전 원장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감사를 통해 보수 지지자들로부터 문재인 정부 실정에 맞서는 강직한 이미지를 얻었다. 소아마비 친구 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다닌 미담으로 대표되는 온화환 성품은 중도층도 소구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윤 전 총장처럼 ‘전직 대통령 구속 리스크’ 같은 점이 없다는 것도 보수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서 국민의힘 내부에도 윤 전 총장 보다 최 전 원장 쪽에 마음을 둔 의원들이 꽤 많다는 얘기가 있다.

아직 낮은 대중 인지도는 약점이다. 또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장직을 중도에 사퇴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최 전 원장은 현재 감사원장 사퇴의 명분을 어떻게 밝힐지도 고심 중이라고 한다.

국민의힘과 언제 접촉할지도 관심거리다. 최 전 원장 측은 “최 전 원장이 강원도에 가기 전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통화를 하긴 했지만, ‘한번 보자’고만 했지 구체적인 일정을 잡진 않았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 주변 인사들은 일단 앞으로 함께 할 팀을 꾸린 뒤 정치 선언을 하고, 그 이후에 국민의힘과 본격적으로 입당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3개월 이상 정치 데뷔를 준비해온 윤 전 총장보다 더 ‘정치 초보’이기 때문에 최 전 원장이 먼저 국민의힘 입당을 노크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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