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밀담

바이크 타는 장길산 온다, 숨은 적 기절시킬 韓에델바이스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05:00

업데이트 2021.08.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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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산맥에서 자라는 여러 살이 풀. 꽃잎이 두텁고 솜털이 덮여 말려도 오래간다. 꽃말은 ‘소중한 추억’. 에델바이스에 대한 설명이다.

미국 육군 제10 산악사단의 훈련. 10사단 유튜브 계정 캡처

미국 육군 제10 산악사단의 훈련. 10사단 유튜브 계정 캡처

에델바이스는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제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에델바이스 노래가 하나 더 있다. 1939년 나치 독일에서 만들어진 산악부대가(歌)다. 산악부대가 에델바이스(Es war ein Edelweiß)는 행진곡풍으로 남성이 높은 산에서 에델바이스를 꺾어 여성에게 주면서 사랑고백한다는 내용이다.

이철재의 밀담

에델바이스는 산악인의 상징처럼 됐고, 자연스럽게 산악부대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이어졌다.

산악전 전문의 에델바이스 부대가 한국에서도 생긴다. 올 4분기 산악여단이 강원도 지역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북한 무장공비 침투 보며 창설 검토

산악여단을 만드는 이유가 있다. 국방개혁 2.0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병력 자원도 함께 적어지는 상황을 예상하면서 몇 가지 대책을 내놨다. 그중 하나가 산악여단ㆍ신속대응사단이다. 작고 가벼워 재빨리 투입할 수 있는 부대를 예비로 둔다는 방안이다.

1996년 북한 잠수함이 동해안에서 공작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다 좌초했다, 북한 무장간첩들이 내륙으로 침투해 소요를 일으켰다. [중앙포토]

1996년 북한 잠수함이 동해안에서 공작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다 좌초했다, 북한 무장간첩들이 내륙으로 침투해 소요를 일으켰다. [중앙포토]

더군다나 동해안을 담당하고 있는 제8 군단은 해체돼 부대가 제3 군단으로 통합될 계획이다. 잇따른 경계실패 사고가 이어지면서 시기가 올해 말에서 내후년으로 미뤄졌을 뿐이다. 산악여단이 3ㆍ8군단 통합 이후 태백산맥과 동해안의 소방수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산악여단과 신속대응사단은 이전 정부부터 창설을 검토했다”며 “여건이 안 돼 다음 정부로 넘겼다. 이제 두 부대가 창설됐고 창설될 것이니 제대로 운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군 지휘부가 산악부대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당시 잠수함이 좌초된 뒤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 특수부대원 26명이 강릉 일대로 침투했다.

군 당국은 49일간 연인원 150만명을 동원해 소탕 작전을 벌였다. 북한군 중 13명이 사살됐고, 11명이 같은 북한군 공비에 의해 살해됐다. 승조원 1명은 생포됐다. 나머지 1명은 행방이 불분명하다.

군인 12명, 예비군 1명, 경찰 1명,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27명이었다. 당시 피해액은 2000억원이었다.

이후 북한군의 침투 능력과 아군의 대응 능력을 점점한 결과 산악전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국 지형의 대부분이 산악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산악훈련. 특전사 대원이 암벽을 타고 있다. 육군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산악훈련. 특전사 대원이 암벽을 타고 있다. 육군

산악여단은 96년과 같은 북한군 특수부대의 침투를 잘 틀어막을 것으로 군 지휘부는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유사시 한국보다 더 산악이 많은 북한에서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또 태백산맥에 산악여단을 주둔하면 조난자 구조 등 대민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태백산맥 지키는 한국군 경보병 부대

한국형 산악여단의 모델은 미국 육군 제10 산악사단이다. 1943년 스키부대로 만들어졌다. 39년 11월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했지만, 힘겹게 이겼다. 핀란드의 스키부대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소련군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미군 지휘부가 겨울 스키를 타고 다닐 줄 알면서, 산도 잘 타는 부대를 만들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 육군의 산악엽병. 모자에 에델바이스 마크가 붙어있다.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 육군의 산악엽병. 모자에 에델바이스 마크가 붙어있다. 위키피디아

제10 산악사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전선에서 맹활약했다. 박찬준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위원은 “현재 10 산악사단은 장비가 가벼워 재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경보병 부대로 재편됐다. 그러나 부대의 전통을 살려 산악 훈련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90년 걸프전 ‘사막의 폭풍’ 작전, 93년 소말리아 ‘희망 회복’ 작전, 94년 아이티 ‘민주주의 회복’ 작전, 98년 보스니아-헤로체고비나 평화유지 임무, 2000년 이후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 등을 거쳤다. 미국이 끼여 든 전쟁터에 늘 10 산악사단이 있었던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의 제10 산악사단의 맞수는 나치 독일의 산악엽병(Gebirgsjäger)이었다. 산악부대가 에델바이스의 주인공들이다. 산악부대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독일 제국에서 운용하고 있었다. 나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16개 산악사단을 갖고 있었다.

이들 산악사단의 병사를 산악엽병이라 했다. 철모 대신 천모자를 썼고, 소매와 모자에 에델바이스 표식을 달았다. 산악사단의 산악엽병은 트럭 대신 노새, 조랑말, 당나귀를 수송수단으로 썼다.

현재 독일ㆍ오스트리아ㆍ스위스ㆍ이탈리아 육군은 모두 산악여단을 예하로 두고 있다. 독일 연방군 육군의 제23 산악여단은 선배들과 달리 비젤과 같은 경장갑차와 스노모빌을 타고 다닌다.

당나귀 타던 산악부대 요즘엔 경장갑차 탑승

산악사단은 어떤 모습을 띨까.

육군이 전방 수색대대에서 운용하고 있는 산악 오토바이크. 곧 만들어질 산악여단에 대량으로 갖출 예정이다. 육군

육군이 전방 수색대대에서 운용하고 있는 산악 오토바이크. 곧 만들어질 산악여단에 대량으로 갖출 예정이다. 육군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악사단은 간부 위주로 꾸려진다. 8군단의 특공대대, 예하 사단의 수색대대를 근간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병력 수준은 일반 보병여단 정도다.

산악여단은 저격수로 팀을 짠 저격반을 따로 둔다. 개인에게 로프ㆍ피켈과 같은 등반장비를 나눠준다. 가급적 가벼운 장비를 먼저 지급한다. 그래서 신형 기관총과 81㎜ 신형 박격포를 가장 먼저 받을 예정이다. 또, 일반 보병부대에선 사라지고 있는 60㎜ 박격포로 무장한다.

산악여단이 마냥 걷는 알보병 부대가 아니다. 현재 보급하고 있는 소형 전술차량과 함께 산악 오토바이크를 전력화해 타고 다닌다. 산악 오토바이크는 두 바퀴가 아니라 네 바퀴 탈것이다. 2명이 정원이며 시속 60㎞ 이상 속력을 낼 수 있다. 험준한 산악지형을 다닐 정도로 힘이 좋다.

육군은 이미 2012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정찰용으로 산악오토바이크를 운용한 적 있다. 81㎜ 신형 박격포는 산악 오토바이크에 싣고 다닌다. 60㎜ 박격포는 사람이 지고 나른다.

산악여단은 정찰용 드론도 갖춘다. 돌풍이 심한 산악의 특성에 따라 네개의 날개가 달린 쿼드로콥터 같은 형태의 드론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육군이 60㎜ 박격포를 쏘고 있다. 위키미디어

미국 육군이 60㎜ 박격포를 쏘고 있다. 위키미디어

산악여단은 말 그대로 장길산처럼 산을 누비면서 적을 깜짝 놀라게 하는 핵심 부대다. 후방지역 침투를 막아내면서 유사시 적진 깊숙이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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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추진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 사업이 취소되거나 원하던 수준을 갖추지 못하는 사업이 꽤 많이 있었다. 산악여단 창설에 기대와 함께 우려를 함께 담아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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