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으로 대박? 중동판 '자주국방' 상징 카라칼의 이변

중앙일보

입력 2021.03.28 05:00

업데이트 2021.03.28 10:35

이철재의 밀담’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모하메드 아흐메드 알 보와르디 국방특임장관과 하마드 모하메드 타니 알 루마이티 군 총참모장 등과 만나 고위급 정례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안보정세와 국방ㆍ방산협력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철재의 밀담]

UAE의 방산업체인 HALCON이 공개한 대공 방어 체계 스카이나이트. 적의 다연장 로켓도 요격할 수 있다. 유튜브 Edge 그룹 계정 캡처

UAE의 방산업체인 HALCON이 공개한 대공 방어 체계 스카이나이트. 적의 다연장 로켓도 요격할 수 있다. 유튜브 Edge 그룹 계정 캡처

방산업계 일각에선 이번에 UAE가 한국에 방산협력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면서 큰 기대를 하고 있다. UAE를 발판으로 중동 방산 시장을 활짝 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동은 현재 무기 수요가 높지만, 산업 기반이 약한 데다, 오일 머니로 대표하는 자금력이 빵빵하기 때문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엘도라도(전설에 나오는 황금의 땅)를 눈앞에 둔 거 같다”고 말한다.

내전부터 국제전, 반군까지 가담…중동은 온통 전쟁중 

중동은 현재 전쟁 중이다. 아라비아 반도 끝자락에 있는 예멘 내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뛰어들고, 이란이 뒷배를 자처하는 국제전으로 번지면서다. 예멘은 한반도와 같이 남북으로 갈라졌다 다시 통일을 이뤘지만 2015년 내전에 들어갔다.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중앙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양국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과 모하메드 아흐메드 알 보와르디 UAE 국방특임장관이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국방부

지난 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양국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과 모하메드 아흐메드 알 보와르디 UAE 국방특임장관이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국방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후티 반군) 세력이 아라비아 반도에 들어설 것을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서고 UAE가 뒤따라 예멘 내전에 개입했다. 그런데 후티 반군은 그냥 반군이 아니다. 원래 정규군이었던 세력이었다. 그래서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무장할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ㆍ정유 시설을 미사일로 타격하고 드론으로 습격했다.

미국은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뒷배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는 그랬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부터 달라졌다. 그는 지난달 4일(현지시간) 국무부를 찾아 “예멘에서 전쟁은 끝나야만 한다”며 “우리는 예멘 전쟁에서 관련 무기 판매를 포함한 공격적 작전들에 대한 미국의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미국의 지원 없이 전쟁을 이어가기 힘들다. 미국은 당장 사우디아라비아나 UAE로 정밀유도무기의 수출을 끊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K-방산’이다. 한국산 무기쳬계는 성능이 괜찮고, 수출 제한이 없다. 값도 미국산보다 싸다.

이제 국내 방산업계는 중동 대박이 터지길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오일 달러’ 쏟아부어, 설계자 영입해 공장 차려 

그러나, 곳곳에 암초와 지뢰밭이 놓여있다. 중동이 이제 호락호락한 호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UAE의 총기 제조사인 카라칼만 봐도 그렇다. 이 회사는 독일의 총기 제조사인 헤클러 운트 코흐(H&K)의 설계자를 영입했다.

UAE의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카라칼의 CAR 816. 독일의 차기총기 사업에서 선전했다. 카라칼

UAE의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카라칼의 CAR 816. 독일의 차기총기 사업에서 선전했다. 카라칼

그리고 이 회사의 CAR816이 지난해 9월 독일의 차기소총 사업에서 H&K의 HK433을 꺾고 선정됐다. 독일은, 그리고 H&K는 총기의 대명사와 같다. 이변이었다.

그러나, H&K는 특허 침해 문제를 걸고 넘어져 결국 카라칼은 탈락했다. 군사 전문지인 ‘플래툰’의 홍희범 편집인은 “카라칼의 설계 능력은 수준급이다. 제조 능력이 떨어지지만, UAE가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 총기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카라칼은 중동판 ‘자주국방’ 상징과 같다. 중동 방산 시장의 큰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해외서 무기를 사들이는 것에서 자국에서 무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려고 한다.

그러면서, 전에는 꿈도 못 꾸는 합종연횡(合從連衡)이 나타나고 있다.

‘성전’ 종교전쟁 치르던 이스라엘 손도 잡는다 

지난달 21~25일(현지시간) UAE의 아부다비에서 열렸던 국제 방산전시회인 IDEX와 NAVDEX 2021에 이스라엘의 방산 회사인 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을 비롯한 40개사 참가 신청을 냈다. 사성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UAE는 지난해 평화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공식 교류가 전혀 없다시피 했다.

UAE의 자폭용 드론 QX. Edge 그룹 유튜브 계정 캡처

UAE의 자폭용 드론 QX. Edge 그룹 유튜브 계정 캡처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이들 이스라엘 방산업체가 IDEXㆍNAVDEX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중동 국가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큰 관심을 보인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을 드론과 미사일로 잇따라 공격하면서 미사일 방어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IAI와 UAE의 에지 그룹은 드론 방어 체계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는 얼마 전까지 적이었다. 지난해 9월에서야 UAE와 바레인이 미국의 중재 아래 평화협정을 맺었다. 중동 국가로선 아직도 조금은 껄끄러운 관계지만, 안보 앞에선 어제의 적인 이스라엘과 손잡은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터키에 손을 내밀었다. 두 나라는 자말 카슈끄지 살인 사건으로 갈등을 빚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반체제 언론인인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2일(현지시간) 주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 터키는 자국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3년 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인트라 디펜스 테크놀로지스와 AEC가 터키의 베스텔 사분마의 공격용 드론인 카라옐-SU를 라이센스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드론은 최대 20시간 비행하거나 120㎏을 실도 8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터키에서 생산한 정밀유도무기를 무장할 수 있다.

“직접 만들겠다” 방산 업계 큰 손의 변신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국가 차원에서 방산에 투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사우디비전 2030을 선포했다. 석유 중심의 산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인데, 중점적으로 투자할 분야가 석유화학ㆍ자동차ㆍ수소 경제ㆍ방산ㆍ조선ㆍ신소재 분야 등이다.

예멘의 후티 반군 지지자가 AK-47 소총을 들고 있다. 후티 반군은 원래 정규군 소속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중무장한 상태다.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군과 UAE군을 상대로 막상막하로 겨루고 있으며, 틈틈이 미사일과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AP=연합

예멘의 후티 반군 지지자가 AK-47 소총을 들고 있다. 후티 반군은 원래 정규군 소속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중무장한 상태다.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군과 UAE군을 상대로 막상막하로 겨루고 있으며, 틈틈이 미사일과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AP=연합

UAE는 이미 카라칼에서 봤듯이 자국 방산업체를 부지런히 키우고 있다. IDEX에선 체공용 자폭 드론인 QX를 선보였다. 이 드론은 원형 공산오차(CEP)가 1m일 정도다.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며, 수직이착륙(VTOL) 기능을 갖추고 있다.

UAE는 또 스카이나이트 대공방어 시스템을 공개했다. 스카이나이트는 최대 거리 10㎞ 안의 항공기ㆍ헬기ㆍ무인기ㆍ로켓ㆍ포탄ㆍ박격포탄 등을 요격할 수 있다. 그야말로 만능 방공포다.

국내의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중동 국가는 방산 전시회에 그럴듯한 시제품을 많이 들고 오는데, 수년이 걸려도 실전배치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동 국가의 방산 업체가 이스라엘과 터키와 협력하면서 실력을 키운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관련기사

국내 방산업계는 중동 국가를 엘도라도만 봐서는 안 될 이유다.

무기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중동 걸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사들이는 지역이다. 그만큼 많은 국가와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 “국내 방산제품 수출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수 있으니, 합작법인 설립과 같은 방법으로 중동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