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육로로 전원 강제 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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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5~7일 열릴 예정이었던 '2006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에 참가하려던 한국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3일 아프간 서부 도시 헤라트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평화축제는 취소됐으며 아프간 정부는 수도 카불에 도착한 한국인 900여 명에게 출국명령을 내렸다. [헤라트(아프가니스탄) AFP=연합뉴스]

이슬람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종교 활동과 테러 위험 논란을 빚었던 한국 기독교인들이 5일(현지 시간)까지 모두 인근 국가로 출국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평화축제'라는 대규모 행사를 열려던 아시아협력개발기구(IACD)가 행사를 취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테러 위험이 있다며 행사를 불허하고 참가자들에게 출국명령을 내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IACD 행사 참가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한 한국인은 총 927명으로 파악됐다"며 "이 중 620명은 4, 5일 세 개의 국경 인근 도시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한 뒤 육로로 국경을 넘게 되고, 나머지 307명은 국제선 항공편으로 델리.두바이 등으로 출국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구체적 육로 이동 경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군수송기 투입 한때 검토=외교부는 이날 한국인의 출국 항공기 좌석 확보가 어렵자 군 수송기나 민간 전세기 투입도 검토했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육로 이동을 돕기로 결정함에 따라 취소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대부분 카불 시내 7개의 숙소에 분산돼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 참가자 중에는 수십 명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으며, 일부 어린이는 설사 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대사관 측은 탈수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에게 수액을 공급했으며,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지역에 주둔 중인 한국군 '동의부대' 의료진을 숙소로 보냈다.

◆ 정부 "주최 측이 책임"=카불에 있는 일부 참가자는 '한국 정부의 방해로 행사를 치르지 못하게 됐다'고 항의하며 한때 출국자 명단 작성 작업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불행 항공기 탑승 제한 조치로 인도 뉴델리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300여 명 중 일부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낼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수차례의 테러 위험 경고와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무리하게 강행하려 한 주최 측에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말했다.

IACD 측은 "선교 활동이 아니라 문화행사와 봉사 위주의 활동이며, 테러 등의 위험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경찰청장은 2일 "바미안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종교 집회를 열고 주민들에게 종교적 접근을 시도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등의 반정부 군사조직이 '정부가 기독교 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한국인을 상대로 테러를 가할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행사 참가자의 상당수는 사전에 3개월간의 선교 관련 교육을 받았다.

이상언 기자.정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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