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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할머니 운영하는 동네 슈퍼에 들이닥친 빨간조끼들

중앙일보

입력

롯데유통사업본부가 지난 25일 울산 남구의 한 슈퍼마켓을 찾아 진열대 정리 등을 도왔다. [사진 롯데유통사업본부]

롯데유통사업본부가 지난 25일 울산 남구의 한 슈퍼마켓을 찾아 진열대 정리 등을 도왔다. [사진 롯데유통사업본부]

지난 25일 오후 울산 남구 장생포항 인근의 한 동네 슈퍼마켓. 빨간 조끼를 입은 6명이 이곳을 찾았다.

전문가가 매대 정리 및 진열법 코치

이들은 슈퍼마켓에 들어선 뒤 한차례 둘러보고는 갑자기 매장을 뒤집어엎기 시작했다. 기존에 진열됐던 과자와 라면을 빼내고, 음료수도 꺼냈다. 그러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들은 모두 버렸다. 이 슈퍼마켓의 점주인 70대 여성과 그의 딸은 이들의 행동을 잠자코 지켜보기만 했다.

이렇게 2시간이 지났을까. 6명은 꺼낸 제품을 다시 진열대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과자 판매대, 라면 판매대 등 카테고리를 나눠 손님들이 상품을 찾기 쉽게 배치했다. 가격표도 깔끔하게 정리해 붙였다.

이날 슈퍼마켓을 정리한 6명은 롯데유통사업본부 부산지사의 직원들이다. 롯데유통사업본부는 지역사회에서 제품 및 진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슈퍼를 돕고 있다. 다년간 축적된 매장관리 노하우를 이용해 진열 컨설팅, 매장환경 개선부터 매대 리뉴얼 등을 돕는 ‘영세점포 Re-Storing 캠페인’이다.

이번에 캠페인 활동지로 선정된 슈퍼마켓은 70대 점주가 딸과 함께 약 7년간 운영 중인 곳이었다. 롯데제과 관계자가 이 슈퍼마켓에 과자 등을 납품하면서 이들 모녀에게 “상품관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진열이나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롯데유통사업본부 부산지사 측에 전달해 상황이 알려졌다.

실제 직원들이 슈퍼마켓을 와보니 선입선출 관리가 되지 않아 유통기한 지난 상품이 진열대에 쌓여 있었고, 소비자가 상품을 찾아 구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들은 점주에게 롯데유통사업본부 부산지사의 Re-Storing 캠페인 활동 내용을 설명한 뒤 동의를 얻어 6월 캠페인 대상 점포로 선정했다.

이날 점주는 직원들과 함께 정리·진열하는 방법을 배웠다. 점주는 “매대 청소와 상품진열 변경 등을 하고 싶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고민만 하고 있었다”며 “이번에 롯데유통사업본부의 도움을 받아 매장이 새로 오픈한 점포처럼 깨끗해졌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활동에 참여한 롯데유통사업본부 부산지사 여광옥 지사장은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며 “이 캠페인은 재능 기부 아이디어 차원에서 시작됐는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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