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에 야유 쏟아낸 與…"자가발전 코미디. 옛주류의 반혁명"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하자 여권에서 비판이 쇄도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 (대선 출마 여부는)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사퇴를 공식화했다.

여권에서는 곧바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훼손을 문제 삼으며 최 원장 집중 비판에 나섰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력기관의 장은 정치를 하려면 대중이 원하는 수사·감사 등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걸 막기 위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그렇게 강조하는 것인데, 최 원장의 이번 결정은 너무나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이나 이런 자리들은 정치와 거리가 먼 자리들 아니냐”며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최 원장을 애둘러 비판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 원장은 자신의 행태가 행정부, 감사원 직원 모두와 헌법에 대한 모욕임을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 훗날 역사는 최 원장에 의해 감사원이 부정된 흑역사의 날로 기록할 것”이라 말했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반사적으로 본인이 부각되니 출마를 한다. 물건을 보니 마음이 동해서 도둑질한다는 것”(양승조 충남지사)이라는 말도 나왔다.

비슷한 사례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교해서도 최 원장을 더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달리)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표시한 적은 있어도 징계위를 열거나 쫓아내려 한 적은 없다. 이분은 정말 자가발전”(우상호 민주당 의원)이라는 이유다. 우 의원은 이어 “코미디 같은 일이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최 원장의 사퇴 결정이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27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생각해보면 최 원장은 우리 사회 구(舊)주류의 ‘총아’가 될 자격이 차고 넘친다”며 “모든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고 혁명은 반드시 반혁명을 낳는다. 최 원장의 도전은 개혁세력과 저항세력이 맞서고 충돌하면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 의원은 그러면서 “최 원장이 (정부에서) 주변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최 원장은 처음부터 어색했다. 반부패정책협의회 등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감사원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 원장이 먼저 정치 관련 얘기를 꺼내고는 했는데, 전형적인 태극기 부대의 논리였다고 한다”며 “월성 1호기에 대한 감사도 이런 정서와 배경에서 싹 텄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