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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눈치 안보고 ESG전략 짠다…한화 상장사 전체 ESG위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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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화그룹이 출범한 ESG 위원회가 첫 활동으로 ESG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한화그룹]

지난달 한화그룹이 출범한 ESG 위원회가 첫 활동으로 ESG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한화그룹]

올해 들어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이사(CEO) 등 주요 경영진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화, 상장 계열사에 ESG위원회 설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 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 한화그룹]

한화그룹은 다음 달까지 상장 계열사 7곳 전체에 ESG위원회를 설치한다고 27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손해보험은 지난 22~2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ESG위원회 설치를 결의했다. 이들 회사는 사외이사 중 1명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분기별 정기회의와 수시회의를 통해 각 사의 ESG 중장기 전략과 정책 수립, 이행 현황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도 다음 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결의하기로 했다. 앞서 ㈜한화와 한화생명은 지난 3월,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ESG위원회를 만들었다. 비상장사인 한화자산운용도 지난 4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추진 과제와 투자 현황을 점검했다.

지난달 한화그룹은 계열사 ESG 경영 지원·자문과 그룹 차원의 ESG 활동을 위해 ‘한화그룹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한화그룹 ESG위원회는 사업 분야별 ESG 전략 과제 수립 지원과 정보 공유를 위한 교육 등을 통해 각 계열사 ESG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SK·LG도 이사회 내 ESG위원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그룹 내 ESG 전담 조직과 달리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면 구성원 대다수를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로 채울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모든 상장사가 법령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글로벌 수준의 ESG 경영을 위한 전제 조건이자 제도적 장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상장회사 ESG위원회는 위원의 3분의 2 또는 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위원장도 사외이사가 맡아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SK㈜·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주요 계열사와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도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2일과 23일에는 금호석유화학과 SK케미칼이 각각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출범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G위원회에는 사내이사인 김종현 사장 외에 사외이사 네 명으로 구성됐다. 금호석유화학은 ESG위원회 네 명 중 세 명이 사외이사이며 SK케미칼도 위원회 위원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ESG위원회는 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전략을 분석해 회사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며 “앞으로 회사의 경영전략이나 중요한 투자 관련 사항은 ESG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 생존 좌우할 ESG 

최근 세계적 큰손들이 ESG 지표를 근거로 투자처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하며 기업들은 보다 객관적인 ESG 전략 구축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올해 초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자사가 투자한 기업에 대해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랙록은 현재 8조7000억 달러(약 98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ESG 투자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SG에 앞장서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850억 달러(약 96조원)의 순 유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둘 경우 사내에 조직을 두는 것보다 객관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ESG 관련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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