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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에 강한 한국 기업, 기술주도 ESG 혁신 잠재력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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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개스만 PwC 글로벌 ESG 리더. [사진 PwC]

피터 개스만 PwC 글로벌 ESG 리더. [사진 PwC]

“한국 기업에 ESG(환경ㆍ사회책임ㆍ기업지배구조)는 리스크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해 행동을 취한다면 한국 기업의 기술로 전 세계 비즈니스 혁신과 ESG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전 세계 테크 분야의 선두주자로 ESG를 기술주도형 혁신 동력으로 육성할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피터 개스만 PwC 글로벌 ESG 리더 인터뷰

기업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ESG 경영을 한국 기업은 잘 할 수 있을까. 글로벌 회계컨설팅 그룹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의 피터 개스만 글로벌 ESG 리더는 한국 기업의 기술 잠재력에 주목했다. 서면으로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다.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ESG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기업 구조와 문화, 더 나아가 경제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리뷰에 따르면 2018년 미국과 유럽의 ESG 투자액(26조700억 달러)은 2년 전(20조7630억 달러)보다 26% 증가했다. 국내 대기업과 금융사도 앞다퉈 ESG위원회를 설립하며 기업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 많은 기업의 ESG 대응은 초기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한 PwC 설문에서 답변 기업의 75%가 “ESG 대응 수준은 여전히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 화재사고 이후 소비자의 이탈이 이어지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ESG가 낯설다는 목소리도 크다. 기업의 비용 부담 우려도 나온다.

ESG 경영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이해관계자와의 공존 혹은 상생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
“세계금융위기 직후에는 경제 회복이 시급한 과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투자자나 소비자를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가 투자와 소비 결정에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만큼 기업이 주주 이익을 넘어 지속가능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ESG 경영은 시대의 가치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ESG에 대한 흐름을 주도하는 유럽과 달리, 미국 등 다른 지역은 투자자가 기업에 ESG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ESG 공시 의무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필수라는 것이다.

ESG가 기업 가치 창출이나 성장성 확보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실제 사례가 있나.
“ESG는 가치 창출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역할을 한다. ESG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기업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ESG를 통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을 공략해 성장을 촉진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그는 ESG를 통한 위험 관리 사례로 통신회사를 들었다. 기후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폭염과 한파 등 기상이변이 사업에 미칠 재무적 영향을 고려해 장기 투자 결정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공장 가동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연구했던 산업재 생산기업은 기존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새로운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PwC와 함께 ESG 측면에서 환경 위해성 등에 대한 제품 포트폴리오 리뷰를 진행한 뒤 오염물질 및 환경 배출량, 근로 환경과 임직원 복지 전반까지 새로운 경영 전략을 짠 글로벌 화학회사의 사례도 있다.

피터 개스만 PwC ESG 글로벌 리더

피터 개스만 PwC ESG 글로벌 리더

ESG 경영으로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것은.
“ESG 경영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기업 경영진이 얼마나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수다. 우선 ESG 이니셔티브를 조직의 방향성과 연결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기업의 가용자산을 ESG 추진에 충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ESG 경영을 단순히 트렌드에 발맞추는 ‘전시행정’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는 “ESG를 기존 사업 과제에 하나 더 추가되는 수순이 아니라 모든 사업 전략에 연결하고 기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ESG 경영에 나선다면 ‘그린 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에 빠져 기업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겉으로는 환경을 보호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등 ‘녹색 거짓말’을 일삼는 경우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동의하며 그는 “그린 워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ESG는 투명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SG 경영이 대기업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중소기업은 혁신적이며 고유한 ESG 가치 제안을 찾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정부가 기금을 마련하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PwC 글로벌 ESG 리더로서 향후 계획이 있다면.
“세금과 규제, 기후 관련 모델 등의 이슈를 포함해 전략 수립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ESG의 모든 측면을 다루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ESG 관련 역량 강화와 관련해 각국 정부와 대기업과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이후 대학 및 주요 ESG 기관과 협력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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