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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람' 배신만 셋…野대선주자 키운 '文정부 사관학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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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맨 오른쪽은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맨 오른쪽은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역설적이게도, 현재 야권의 대선 주자로 호명되는 이들을 키운 건 문재인 정부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얘기다. 셋은 정부 출범 초기 ‘우리 사람’으로 칭송받다가 수사가, 감사가, 경제정책 비판이 여권을 향하자 그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힌 공통점이 있다. 

야권 대선 후보로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윤 전 총장은 오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최 원장도 빠르면 28일 감사원장직을 사퇴한 뒤 정치선언을 한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최 원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뒤 야권의 대안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잠룡’ 김 전 총리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개 구애’에 “그 분 생각일뿐”이라며 여권과 선을 그으면서 야권 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셋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화려하게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다섯 기수를 건너뛰는 파격 인사로 윤 전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고,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는 그를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사)”라며 치켜 세웠다. 2018년 1월 최 원장 임명 땐 “스스로 자신을 엄격히 관리해 오셨다”며 감사원장에 적격이라고 했다. 2017년 5월 김 전 부총리 임명하면서는 “청계천 판자집의 소년가장에서 출발”했다며 그의 성공 스토리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9일 청와대에서 김동연 경제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를 갖기 위해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9일 청와대에서 김동연 경제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를 갖기 위해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이들은 현재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는 쪽에 서 있다. 정치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정부 인사들은 보통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의 선거 후보로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문 대통령도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다. 과거 정동영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이었고, 이회창 후보는 김영삼 정부의 감사원장·국무총리였다.

현 정부 출신 인사가 되레 야권의 환영을 받는 건, 그들이 원칙을 지키다가 정부·여당의 탄압을 받았다고 야권 지지들이 보기 때문이다.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 땐 여당의 환호를 받았던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여당의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2개월 정직 처분 등의 논란 끝에 지난 3월 사의를 표명한 윤 전 총장이 남긴 말은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였다.

최 원장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감사 과정에서 여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다. 정부에 불리한 감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시점이었다. 결국 “조기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으로 탈원전 정책에 흠짓이 남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비판적인 뜻을 보였다가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결국 교체됐다.

그러면서 이들은 야권에서 원칙과 법치, 공정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는 현 정부 인사가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데 불편한 모습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는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에 대해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자리가 임기제인 이유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임기를 채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게 저희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원장에 대해선 “우리 사회에 큰 어른으로 남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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