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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된 남자 육상선수, 도쿄올림픽 출전 무산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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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한 미국 육상선수 시시 텔퍼. 인터넷 캡처

성전환한 미국 육상선수 시시 텔퍼. 인터넷 캡처

성전환 선수가 잇달아 올림픽 출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가 남성 호르몬 수치 조건을 입증하지 않아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했다고 AF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그는 당초 25일 열린 미 400m 허들 여자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노렸다.

자메이카 출신 시시 텔퍼는 대학시절 남자 육상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성전환해 2019년 미국대학스포츠협회 여자 종목에 출전했다.

남성이던 2017년 NCAA경기에서 390위였던 그는 성 전환 이후엔 여자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곤 했다.

국제경기에 뛰려면 남성호르몬 수치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세계육상연맹은 국제대회에서 여자로 뛰려는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400m 허들 등의 종목에서 5n㏖/L(리터당 나노몰) 이하로 낮추도록 규정했다.

미국육상연맹(USATF)은 24일 성명을 통해 성전환 여성인 텔퍼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세계육상연맹 기준에 맞는지 증명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USATF는 선발전에 앞서 텔퍼에게 테스토스테론 기준을 미리 알렸지만 이를 입 증하는 자료를 내지 못했다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일반적으로 0.12∼1.79n㏖/L, 남성은 7.7∼29.4n㏖/L이다.

USATF는 “텔퍼가 앞으로 성전환 선수 출전 조건을 충족한다면, 우리는 그의 국제대회 출전을 진심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첫 성전환 선수가 될 뉴질랜드 역도선수 로렌 허버드. 2018년 경기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올림픽에 출전하는 첫 성전환 선수가 될 뉴질랜드 역도선수 로렌 허버드. 2018년 경기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21일 성전환 역도 선수인 로렐 허버드(43)가 여자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됐다. 그는 올림픽 사상 첫 성전환 선수로 기록될 예정이다.

일부에선 그의 출전을 두고 ‘남성의 이점을 여전히 가지고 있어 불공정하다’며 반발하는 등 논란도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정부 차원에서 그의 출전을 강하게 지지했다.

43세인 하버드는 여자 역도 87kg급에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많은 뉴질랜드 국민이 보내주신 친절과 성원에 몹시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8년 전 여성으로 성전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여성 선수는 자신의 성을 공표하고, 그 상태를 적어도 4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테스토스테른 수치는 1리터당 10n㏖ 이하여야 한다. 여성이 남성으로 성전환했을 경우에는 아무런 제약 조건이 없다.

그는 4년 전에는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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