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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닥 희망은 외자·기술도입|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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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폴란드의 마소비예츠키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경제문제다.
폴란드는 2차대전후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를 도입하여 중공업우선 정책을 실시해 왔으나 과도한 계획통제와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미비 등으로 경제침체와 혼란만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는 경제위기를 맞을 때마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조금씩 증대시키는 부분적인 개혁을 실시했으나 아직까지도 동구제국이 공통적으로 겪고있는 ▲인플레 ▲생필품의 부족 ▲경제성장의 부진 ▲외채의 압박 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최근 동구를 휩쓸고 있는 자유화 열풍에 밀려 생긴 동구권의 균열로 코메콘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구국가들이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신흥공업국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고있는 한국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하고있다.
폴란드는 86∼90년 기간중 외국자본과 기술의 도입으로 전자산업을 육성, 공업생산을 3.1% 증가시키고 소비재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재 및 이와 관련된 기계·장비·기술 등을 대량 수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농업생산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최대의 자본수입원인 에너지산업부문(석탄·석유 등)의 잦은 파업으로 목표달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폴란드 경제위기의 유일한 처방으로 생각되고 있는 서방기업들의 투자도 과도한 인플레, 환율의 불안정한 운용, 급격한 임금상승 등으로 위축되고 있어 폴란드의 경제상황은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서방기업들은 엄청난 물가상승과 환율인상 때문에 폴란드에 대한 투자는 큰 도박이라는 생각을 갖고있다.
이밖에 폴란드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대가이주 희망자의 증가로 인한 노동시장의 불안이다.
폴란드 외무부자료에 의하면 지난 80년 폴란드 사태이후 87년까지 약 60만명이 서방으로 이주했으며 2000년까지 추가로 50만명 정도가 더 떠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들 이주 희망자들은 대부분이 숙련노동자·전문기술인 들이어서 폴란드 노동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자유노조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단위노조들의 불만이 점적 고조되고 있는 점도 노동시장의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있다.
국제민간경제협의회의 이기영 박사는 한국기업들이 현재 이 같은 폴란드에 진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면 면밀한 준비와 시장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박사는 그러나 폴란드가 동구국가 중 외채상환율이 가장 높고 해외이주자로부터의 송금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등 자본사정이 호전되고 있어 반드시 비관적인 시장만은 아니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90년대 초반의 본격적인 산업국제화에 대비한 사전기반 구축 ▲경쟁력이 낮은 산업의 이전을 통한 대동구시장 확보전략과 EC로의 우회수출로 확보 ▲우리보다 우월한 기계·화학·광학·일부 의약품 분야의 선진기술도입 등을 위해 대동구 진출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수교하면서 폴란드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대외경제협력자금(EDCF) 5천만달러와 수출입은행자금 4억달러는 성격이 프로젝트론이기 때문에 폴란드에 대한 엄청난 지원인 동시에 그들의 내부 환경을 조속히 개선, 한국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라는 압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기업들은 여타 동구국가들에 대한 수출, 관심표명과는 달리 폴란드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우선 국내기업 중 지사를 설치한 곳이 한군데도 없는 데다 합작투자나 시설투자를 고려한 곳도 삼성의 컬러TV생산공장 1억달러, 금성의 냉장고·전자레인지 등 건설사업 7천5백만달러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양국간 직교역을 통한 거래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제품의 대폴란드 수출액은 금년 상반기현재 2천8백만달러에 달해 소련을 제외한 동구권 국가 중 가장 많다.
최근 무역사무소 교환개설 후 가전제품·퍼스널컴퓨터 등 내구성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폴란드와의 교역량도 86년 2천4백만달러, 87년 2천6백만달러이던 것이 88년부터 비약적으로 성장, 88년 4천2백만달러, 89년 상반기 현재 3천5백만달러로 급증했고 연말까진 1억달러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의 주요수출품은 섬유직물·의류·가전제품·선박 등이며 수입품은 카프롤락탐·어류·목재펄프·철강 등이다.
그동안 이루어진 큰 거래는 88년에 삼성물산이 1백40만달러 어치의 컬러TV브라운관을 수출한 것과 현대미포조선과 이성조선을 통해 선박 수리대금 40만달러를 올린 것 등이다..
폴란드 진출이 본격화된 금년엔 지난 6월의 포츠난시박람회만을 통해서도 삼성물산·럭키금성상사·대우·선경 등이 TV·VTR·전자오븐·섬유류 등 5백만달러 어치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폴란드도 대한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금년 2월에 화학제품 전문회사인 아그로몰의 한국지사를 설치해한 폴란드간 경제교류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이기영 박사는 장기적으로 볼 때 폴란드에 대한 서방국가 및 세계은행 등의 차관지원이 확대될 것이고 이번 한·폴란드수교로 무역협정·투자보장협정 등이 체결되어 국내기업들의 사업타당성조사가 끝나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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