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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세금감면 확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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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금우대종합저축처럼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감면 혜택'의 축소.폐지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더 이상 선심성 세금 깎아주기로 재정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장 올해 말 감면 시한(일몰)이 도래하는 55개 제도 중 24개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방침이다.

조세연구원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비과세.감면 제도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각종 감면으로 못 거두는 세금은 연 20조원에 달한다. 이렇게 깎아준 세금은 다시 샐러리맨이나 자영업자의 주머니를 털어 메워야 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2002년에도 재정경제부는 149개에 달했던 감면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칼을 뽑았으나 노무현 정부로 들어서면서 되레 51%(77개)가 늘어난 226개로 확대됐다. 관련 이익집단의 로비와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 때문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이날 "원칙에 맞게 가야 된다"며 "공청회의 의견을 수렴해 8월 말 정비안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떻게 수술하나=1997년 3조원 수준에 불과하던 조세감면은 99년 10조원대로 불어난 뒤 지난해엔 19조원으로 커졌다. 국세에서 감면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3%대에서 14.5%로 높아졌다. 박기백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비중을 2010년까지 13%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며 "현재 226개에 이르는 감면 제도를 대폭 줄여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특히 감면 금액을 국세의 일정 한도(최근 3년간 징수액의 ±1~2%)로 묶는 '조세감면 총량제'를 도입토록 했다. 일몰이 없는 122개 감면 제도에 대해선 새로 일몰 기한을 두도록 했다. 면세유.임시투자세액공제.비과세금융상품.중소기업지원.준비금.농수협 특례 등 6개 분야가 우선정리 대상으로 꼽혔으며, 장기보유주식 과세특례 등은 연장하되 감면율을 줄이거나 폐지토록 했다.

◆ 갈수록 커지는 '세수(稅收) 구멍' =조세감면 제도의 대부분은 중산.서민층 지원과 경제개발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따라 도입됐다. 하지만 도입 목적이 달성되고 시한이 만료돼도 좀체 없어지지 않는 게 문제다. 연간 감면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면세유는 전년도 배정 실적에 따라 기계적으로 분배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나쁠 때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임시투자세액공제는 되레 기업 투자를 미루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시한이 있으면 기업들이 기한 내에 조세감면을 받으려 투자하겠지만, 늘 연장이 되다 보니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국회 계류 중인 조세감면 법안만 181건이다. 모성 보호 이유로 2002년 처음 제안된 여성 생리대 면세 입법안, 헌혈자 소득공제 허용, 도서 대여에 대한 면세 등등. 모두 통과되면 20조원의 세수가 추가로 줄어들 판이다.

◆ 없어지는 것과 남는 것=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면 남고, 실효성이 사라진 낡은 제도는 정비된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유지 중인 연구.인력개발비 준비금의 손금 산입(비용 처리)은 폐지 대상이다. 그러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와 생산성 향상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은 유지된다.

재경부 백승주 조세지출예산과장은 "조세감면은 나라가 당연히 받을 세금을 받지 않은 부분이므로 목적이 다했다면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동호.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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