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특유의 구조 탓" 잦아들던 불 왜 다시 타올랐나

중앙일보

입력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17일 경기도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17시간이 넘도록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오전 한 때 잦아드는가 싶었던 불은 다시 거세게 타올라 건물 전체로 번졌다. 전문가들은 센터 내 화재가 잡히지 않는 원인으로 물류센터 특유의 건물 구조와 적재된 가연(불에 타는 성질) 물질을 지목했다.

박수종 경기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이날 오후 9시 브리핑에서 “내부에 가연물이 상당히 많이 있다"라며 "지하 2층 선반 위에 3단으로 쌓인 가연물들이 무너져내리면서 묻혀 있던 잔불들이 급격하게 헤쳐졌고, 연소(산소 결합 반응)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도 “대규모 창고 안에 가연성 물질이 워낙 많아 헤집고 불을 끄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었다. 또 소방대장인 김모 소방경이 현장서 실종된 상태라 적극적으로 소방대원들을 내부에 투입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연성 물질들은 택배 물품으로 추정되지만, 불이 꺼진 뒤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명 대피를 마친 뒤 대응 1단계를 해제했다. 그러다 오전 11시 49분쯤 처음 화재가 발생한 지점(화점) 인근에 놓인 선반 가연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고 낮 12시 5분 대응 1단계를 재발령했다. 이어 10분 뒤에는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본부 관계자는 “오후 5시쯤 진화 작전으로 벽체가 개방돼 산소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불이 더 커진 것처럼 보인다"라며 "최대한 계획한 방향대로 작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심부(깊은 곳) 화재가 발생할 경우, 밖에서는 불이 꺼져도 내부 온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며 “직접 물이 침투되지 않으면 높은 온도로 인해 주변 물질이 분해되고 연소가 일어나 재발화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칸막이가 쳐진 물류창고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물류창고는 구획으로 나뉘어진 방이 많아 잔불들을 하나하나 다 찾기가 어렵다”면서 “불이 타면서 연소 가스가 많이 나오는데, 남아있는 조그마한 불씨가 연소 가스와 만나면 폭발적인 연소가 일어나 재발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콘크리트 폭열 현상으로 붕괴 가능성”

(이천=뉴스1) 김영운 기자 =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하고 있다. 2021.6.17/뉴스1

(이천=뉴스1) 김영운 기자 =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하고 있다. 2021.6.17/뉴스1

화재 현장에서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던 광주소방서 구조대장 김모(54) 소방경이 홀로 밖으로 나오지 못한 상태다. 소방본부는 동료 소방관이 고립됐을 때 구조작업을 벌이는 RIT팀(Rapid Intervention Team)을 구성했지만, 붕괴 위험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박수종 과장은 “(어두운) 밤에는 진입을 못 하는 상황이고,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화재 상황을 봐서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하고 수색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 철골구조의 강도가 약해져 붕괴할 위험이 커진다”면서 “콘크리트가 열을 받게 되면 폭열 현상(열에 의해 발생하는 부분적인 폭발 현상)이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콘크리트의 인장력(물체를 당기거나 늘이는 힘)이 약해져 붕괴 위험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이 건물의 건축물대장을 보면 주 구조는 ‘프리케스트콘크리트’로 적혀있다. 지붕은 화재 현장에서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손꼽히는 ‘판넬’로 만들어졌다.

소방본부도 붕괴 가능성에 대해 “그 정도 화세면 일부라도 붕괴할 우려가 있다. (옆 건물인) 롯데택배 쪽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소방차를 집중 배치해놨다”고 말했다.

권혜림ㆍ최은경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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