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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 매진’ 레떼아모르의 투톱 “성악계 베토벤·유재석 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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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팬텀싱어3'의 스타, 레떼아모르의 길병민(왼쪽)씨와 김민석씨. 멤버간 케미가 돋보인다.  김상선 기자

'팬텀싱어3'의 스타, 레떼아모르의 길병민(왼쪽)씨와 김민석씨. 멤버간 케미가 돋보인다. 김상선 기자

‘밀키웨이’ 네 글자에 당신의 심장이 쿵쾅거린다면, 이 그룹의 팬임이 틀림없다. 레떼아모르. 지난해 JTBC ‘팬텀싱어’ 시즌3가 배출한 스타 크로스오버 남성 보컬 그룹이다. 이탈리아어 ‘레떼라(letteraㆍ편지)’와 리틴어 ‘아모르(amorㆍ사랑)’의 합성어다. 네 명의 보컬리스트 모두 각자의 색이 분명하면서도 서로에게 잘 스미는 케미가 특징이다. 테너인 김민석 씨가 방송 중 ‘밀크 테너’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팀 전체가 인사를 할 때마다 ‘밀키 웨이’를 구호처럼 외치는 게 트레이드마크다. 17일 첫 미니앨범 ‘위시(Wish)’를 공개한데 이어, 다음달 10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올리는 이 그룹의 막내이자 리더인 길병민(27ㆍ바리톤) 씨와 김민석(31ㆍ테너) 씨를 만났다.

작년 JTBC ‘팬텀싱어’로 스타덤 #김민석, 치명적 청력이상 극복 #길병민, 영국 로열오페라단 사표

레떼아모르는 지난해부터 전국 곳곳에서 무대에 오르며 매진 사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공연예술의 메카인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터라 멤버들의 각오도 상당하다. 티켓은 1분30초 만에 전석 매진됐다.

둘을 만난 곳은 서울 중구 서소문 호암아트홀이었다. 김민석ㆍ길병민씨 모두 올해로 48회를 맞는 중앙콩쿠르의 입상자 출신으로, 콩쿠르 장소였던 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어했다. 출전 당시 추억과 함께 음악 인생의 출발점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김민석 씨는 2018년 1위, 길병민 씨는 2015년 2위를 차지했다.

중앙콩쿠르가 낳고, '팬텀싱어'가 키운 레떼아모르의 두 멤버, 길병민(왼쪽)과 김민석 씨. 김상선 기자

길병민씨는 막내지만 어른스러운 팀의 리더다. 김상선 기자
레떼아모르의 '밀크 테너'로 통하는 김민석 씨의 장난스러운 포즈. 김상선 기자

둘의 인연이 본격 시작된 건 ‘팬텀싱어3’다. 최종 결과는 3위였지만 이들의 인기는 방송 후에 더 불이 붙었다. 팬 연령층도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이들이 겪어온 삶의 굴곡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팬들이 공감해서다. 민석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병민 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며 승승장구해온 듯 보이지만, 굴곡도 많았다. 성악가에겐 치명적인 청력 이상을 겪은 민석 씨는 인터뷰 중에도 “죄송하지만 질문이 잘 안 들려서 그런데 마스크를 잠시만 벗고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병민 씨도 원래 테너로 시작했다가 변성기가 5년 이상 계속되면서 자칭 ‘최악의 혹한기’를 거쳐 뒤늦게 바리톤으로 방향을 틀었다. 극복은 어떻게 했을까.

“노래를 할 때는 성량을 크게 하니까 무리가 없는데 일상생활에선 불편하죠. 의사가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을 땐 심리적으로 참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걸 계속 하자고 마음을 다잡았고, 그러다 ‘팬텀싱어’를 만난 거죠. 저도 몰랐던 제 안의 잠재력을 깨워주고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일깨워줬어요.”(김민석)  

“산다는 건 어차피, 불안의 연속이잖아요. 주어진 시간 속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도전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도전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고 경제적 어려움도 겪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감사해요.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아티스트에게 삶의 역경은 좋은 원천이 되기도 하니까요. 세상이 내게 무관심하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연습하고 수련하면 불안을 다스릴 수 있고, 스스로에게 떳떳하면 결국 인정 받을 수 있는 것 같거든요.”(길병민)    

병민 씨의 경우는 ‘팬텀싱어’ 출연 결심이 쉽지 않았다. 2019년 영국 로열오페라단의 영 아티스트로 선발돼 런던에서 유망주로 활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영국과 한국을 번갈아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다. 병민 씨는 고민 끝에 로열오페라에 사표를 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선택을 받았던 거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기에 오페라단과 솔직히 내 뜻을 전달했고, 감사하게도 ‘크로스오버 장르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해줬다”며 “로열오페라단은 내 노래 인생에서 출발점이자 영원한 좌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2위로 입상했던 중앙콩쿠르가 열렸던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포즈를 취하는 길병민 씨. 김상선 기자

2위로 입상했던 중앙콩쿠르가 열렸던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포즈를 취하는 길병민 씨. 김상선 기자

병민 씨의 선택은 옳았다. 레떼아모르라는 팀으로 만난 이들은 이제, 해외 진출까지 꿈꾼다. 무엇보다 성악을 어려워했던 이들에게도 고전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게 된 게 큰 보람이라고 한다. 민석 씨는 “아이돌이 아닌 크로스오버 4중창을 좋아해주시는 어린 팬들이나, 저희를 알고 성악을 좋아하게 되셨다는 어머님 팬들을 보면 뿌듯하다”며 “저희를 보고 힘을 얻는다는 팬들 덕에 저희들이 더 힘을 받는다”고 말했다.

병민 씨는 “계속해서 변화무쌍하게 진화하며 선한 영향력을 드리는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며 “(청력 이상을 이겨낸) 민석 형이 '성악계의 베토벤'이라면 저는 성악계의 유재석 씨 같은 존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들은 트로트 열풍에 대해서도 “클래식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하고 싶다”(김민석) “트로트라는 장르엔 희로애락과 풍류가 담겨있고, 노래는 장르를 막론하고 다 소중하다”(길병민)고 말했다.

김민석 씨는 중앙콩쿠르 우승자다. 김상선 기자

김민석 씨는 중앙콩쿠르 우승자다. 김상선 기자

포부도 크고 계획도 많지만 일단은 콘서트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민석 씨는 “무대에 설 때마다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다’는 뿌듯함도 느낀다”며 7월 공연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막내답지 않은 리더십을 보이는 병민 씨 역시 “우리를 보며 꿈을 꾸기 시작하는 어린 음악가들도 있을 것”이라며 “꿈을 꾸는 데는 돈이 필요없고, 중요한 건 의지와 적극성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도 더 열심히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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