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회 중앙음악콩쿠르…음악계를 주도할 영광의 얼굴들

중앙일보

입력 2015.04.23 18:55

업데이트 2015.04.23 18:59

소프라노 조수미, 베이스 연광철 등 클래식 스타를 배출한 중앙음악콩쿠르. 제41회 대회가 22일 막을 내렸다. 7개 부문 561명이 참가해 22명이 수상했다. 음악계를 주도하게 될 영광의 얼굴들을 만났다.

 <성악 남자 서준호>

“성악 남자 1위, 서준호!” 22일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이 불렸다. 서준호(31)씨는 불편한 걸음걸이로 무대에 올랐다. 다리를 절었고 표정은 침착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 끝없이 울고 있었다”고 했다.

2004년 큰 교통사고로 목 이하의 몸이 마비됐다. 추계예대 성악과 2학년 때다.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숨을 쉴 수 있었던 기간이 100일이다. 병원에서 “평생 누워 살아야할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100일 만에 발가락을 움직였고, 그는 일어났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신경이 살아났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노래했다.

퇴원 직후에는 ‘도레미’도 못 불렀다. 목뿐 아니라 호흡과 관련된 모든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발성의 기본으로 돌아가 매일 혹독한 연습을 했다. “못 일어날 거란 진단을 받고서도 노래를 그만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래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발성 재활 4년 만에 다시 노래를 했다.

무대의 문턱은 높았다. 지난해엔 중앙음악콩쿠르에 도전했다가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또 불편한 걸음걸이 때문에 오페라 무대는 스스로 포기했다. 서씨는 “스승 김영미 선생님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대학원에서 만난 스승이다. 김영미 교수는 서씨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고 소리에서 힘을 빼 자연스럽게 노래하도록 가르쳤다. 그러나 더 큰 가르침은 음악에 대한 것이었다. 서씨는 “노래 내용 속의 캐릭터를 해석해 몰입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에서도 이 방법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1차 탈락자가 올해 우승자로 올라섰다.

“행동이 불편하지만 오페라 무대에도 못 설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스승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예종 대학원에서 오페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무대 위 동선에 대해 남들보다 4~5배 많이 생각하고 먼저 움직인다. 무엇보다 나는 내 몸을 사랑하고, 오페라는 몸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인간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 오페라 무대를 목표로 다시 한 번 기적을 이루고 싶다.”

<바이올린 배창훈>

배창훈(20)씨는 무대 공포증에 시달린다. “전력 질주할 때만큼 심장이 뛰고, 활을 끝까지 누를 수 없을 정도로 떨린다”고 한다. 증상은 고등학교 시절 시작됐다. “김남윤 선생님을 사사하게 됐는데 같이 배우는 친구들이 잘하는 것을 본 후로 무대가 두려웠다.” 이번 콩쿠르에서도 엄청난 긴장감과 싸웠다. 하지만 이제 공포증을 인정하고 함께 가는 법을 배운 듯하다. “무대 위에서 실력 발휘를 70% 정도 밖에 못하기 때문에 연습을 엄청나게 한다. 또 긴장감을 잊으려 오히려 음악에 집중하려 더 노력하게 된다.” 콩쿠르 본선에서 땀이 바닥에 떨어질 정도로 긴장했지만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오히려 떨리는 것에 감사해야할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첼로 허자경>

고3인 허자경(19)양은 대학생ㆍ대학원생 본선 진출자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게다가 콩쿠르를 한 달 앞두고 독주회까지 열었던 ‘강심장’이다. 콩쿠르에 집중할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허양은 “미리 잡혀있던 독주회여서 어쩔 수 없었다”며 “슈베르트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네 작곡가의 소나타를 한 무대에서 연주했다“고 말했다. 무리한 연습 탓에 팔에 이상까지 왔다. 양팔 모두 힘을 잘 줄 수 없어 연주가 어려웠다. 허양은 “팔이 아프다 보니 본선 무대에서 오히려 마음이 비워지더라”며 “점수ㆍ등수에 상관하지 않고 음악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습은 괴롭지만 무대 위에서 박수 받는 게 정말 좋다”는 연주자다.

<플루트 이주형>

이주형(24)씨는 2년 전 중앙음악콩쿠르에서 3위를 한 후 두 번째 도전해 1위에 올랐다. “당시 군대 제대 전이어서 콩쿠르 준비를 마음껏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혼자 음반만 들으면서 연습해 출전했었는데 제대만 하면 정말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2위 없는 1위로 실력을 입증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이씨는 덕원예고에 진학하면서 ‘서울 유학’을 와 혼자 생활했다. “흔히 음악 공부엔 부모 뒷바라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0시간씩 연습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이씨는 졸업 후 미국ㆍ독일 유학을 고려 중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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