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탈락 끝에 맛본 영광 … 벼랑 끝에서 일어섰죠

중앙일보

입력 2018.04.0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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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제44회 중앙음악콩쿠르가 3일 막을 내렸다. 중앙일보·JTBC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하는 중앙음악콩쿠르는 소프라노 조수미, 베이스 연광철, 피아니스트 김대진, 작곡가 김택수 등 스타 음악가들을 세계로 배출한 대회다. 올해는 475명이 참가했으며 7개 중 6개 부문에서 1위 수상자가 나왔다. 입상자는 19명. 1위 수상자들의 소감과 계획에 대해 들었다.

제44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바이올린 1위 김현지

제44회 중앙음악콩쿠르에서 바이올린 1위에 오른 김현지양. 결선에서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진 중앙포토]

제44회 중앙음악콩쿠르에서 바이올린 1위에 오른 김현지양. 결선에서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진 중앙포토]

“그동안 떨어졌던 콩쿠르가 몇 갠 지 셀 수도 없어요.” 이번 콩쿠르 1위 중 최연소인 김현지(18)는 “입상도 처음인데 1위까지 해서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예술고등학교 3학년인 김현지는 “지난해부터 나갔던 콩쿠르에서 너무 많이 탈락해 이번에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독하게 마음을 먹고 도전했다”고 했다.

특히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제일 못하는 것 같았다”며 “과제곡 중에 바르토크 협주곡 2번을 골라서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여러 감정과 서로 다른 장면이 교차하는 음악, 즉 본인에게 제일 어려운 곡을 골라 실력을 연마했다는 뜻이다.

연습 시간도 늘렸다. “학교에 있는 시간 빼고는 전부 연습에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이번 결선 무대에서는 독보적인 기량을 발휘해 2위 없는 1위에 올랐다. 김현지는 “내가 더 이상은 잘할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보자는 벼랑 끝 심정이었는데 그게 통했던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는 "관객들이 내 연주를 보면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고 언젠가는 작곡가의 의도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석(28·한국예술종합학교 4·테너·사진)의 원래 꿈은 대중음악 가수였다. “그룹 엠씨 더 맥스 같은 록발라드를 특히 좋아해서 학교 축제 때 나가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성악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던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한 ‘타협책’이었다.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클래식 음악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몰랐고 재미가 없었다. 발성을 바꾸기도 쉽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으로 레슨을 받다가도 시간이 나면 노래방에 가서 하고 싶은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클래식 성악을 공부하면 할수록 사람 몸에서 이런 소리가 나온다는 게 신기하고 즐거웠다”고 했다. 뒤늦게 성악의 재미를 알게 된 그는 올해를 ‘콩쿠르의 해’로 정하고 크고 작은 대회에 도전해보려 한다. “첫 도전에서 생각지 못한 좋은 결과를 얻어서 국제 콩쿠르에까지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이제야 무대공포증 벗어났죠

피아노 1위 전성진

전성진

전성진

“중앙음악콩쿠르에 세 번째 도전했는데 이번이 첫 입상입니다.” 전성진(24·연세대 4·사진)은 무대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중앙음악콩쿠르 2차 예선에서 두 번 탈락했다. 콩쿠르 무대에서 연주할 땐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고 다리까지 덜덜 떨린다”고 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는 음악을 즐기는 것에만 집중했고 덕분에 덜 긴장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선에서 바흐 평균율 2권의 6번, 리스트 b단조 소나타, 라벨의 라 발스를 연주한 그는 “뒤로 갈수록 내가 연주하는 음악을 잘 들을 수 있게 됐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본선 심사위원 7명 전원은 전성진에게 1위를 줬다.

“사람의 감정을 바꿔놓을 수 있는 음악의 힘이 좋다”는 그는 “중학교 때 피아노를 몇 개월 정도 치지 않고 지냈을 때 내가 피아노와 멀어지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음악가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구조 뛰어난 독일음악 좋아해

작곡 1위 김재덕

김재덕

김재덕

김재덕(23·한국예술종합학교 3·사진)이 제출한 작품 제목은 ‘음들의 세포(Die Zellen der Toene)’다. ‘음향적 이미지(Klange Image)’라는 제목의 모음곡 중 첫 번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음악을 좋아하고 구조와 논리를 따라 작곡했기 때문에 독일어로 제목을 지었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음을 세포에 비유해 사용하고 세포들의 다양한 변화를 소리로 표현하고자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말러 교향곡을 처음 듣고 너무 좋아서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학교 시험만 끝나면 클래식 음반 매장으로 달려가던 학생이었다. 지금은 R 슈트라우스와 바그너 등 후기 낭만주의풍으로 음악을 써보기도 한다. 특히 조성과 비조성 음악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채를 찾는 훈련 중이다. 그는 “이인식·배동진·임선경 선생님께 꼭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화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악·전자음악도 하고 싶어

첼로 1위 이길재

이길재

이길재

이길재(26·사진)는 본선 이틀 전 발을 다쳐 깁스하고 무대에 올랐다. 첼로 연주 자세를 제대로 잡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또 “본선 진출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앙음악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기 때문에 등수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결선 무대에서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연주하고 심사위원 7명 중 5명에게 1위로 낙점받아 우승했다.

이길재의 아버지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정일이다.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이길재는 현재 독일 뤼벡 음대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미 여러 무대와 음반 녹음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첼리스트다. 하지만 “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는 방학에 나 자신에게 도전 과제를 주고 싶었다”며 콩쿠르에 도전했다. 국악·가요·팝 등을 가리지 않고 듣는 그는 “다른 장르나 악기와 함께 연주하고 싶다. 특히 국악, 전자음악과 함께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복학생에 다가온 마지막 기회

클라리넷 공동 1위 박병호

박병호

박병호

“이를 악물고 도전했다.” 클라리넷 부문 공동 1위에 오른 박병호(24·한국예술종합학교 3·사진)는 “이미 군대까지 다녀왔고 졸업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콩쿠르가 마지막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박병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악대로 입대했고 2년 전 복학했다. 군대에 일찍 간 이유도 “군악대에서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다고 들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군악대에서 악기 연습과 연주에 전념했고 실력을 키웠다. 그렇게 자신을 다지는 시간을 가진 후 “졸업을 앞두고 한국에서 가장 큰 콩쿠르에 도전해볼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번 콩쿠르를 위해 학교 강의 사이에 잠깐만 시간이 나도 연습실로 달려갔다. “잠까지 줄여가며 연습을 해본 건 처음이었고 결국 결선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연주를 했다.” 결선 과제곡이었던 장 프랑세의 협주곡을 연주해 6명의 심사위원에게 좋은 점수를 받고 공동 1위에 올랐다.

취미로 손댄 악기가 천직으로

클라리넷 공동 1위 신호연

신호연

신호연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인 신호연(19·사진)은 “그동안 클라리넷으로 잘 안 된 일이 많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에 취미로 클라리넷을 시작한 뒤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지원했다 둘 다 불합격했다. 국내의 여러 콩쿠르에서도 계속 탈락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수상을 했다. 신호연은 “원래는 지구력이 부족해 연습량이 적었는데 고2 때부터 오랫동안 연습하는 습관을 들였던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콩쿠르 결과도 연습방법을 고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린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들었던 클라리넷 소리 중에서도 아주 작게 내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악기를 시작했다”며 “바로 그 소리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에도 클라리넷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외국에 나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평생 연주하는 것이 꿈이다. 오케스트라 음악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록 가수 꿈 접고 선택한 테너

성악 1위 김민석

김민석

김민석

김민석(28·한국예술종합학교 4·테너·사진)의 원래 꿈은 대중음악 가수였다. “그룹 엠씨 더 맥스 같은 록발라드를 특히 좋아해서 학교 축제 때 나가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성악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던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한 ‘타협책’이었다.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클래식 음악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몰랐고 재미가 없었다. 발성을 바꾸기도 쉽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으로 레슨을 받다가도 시간이 나면 노래방에 가서 하고 싶은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클래식 성악을 공부하면 할수록 사람 몸에서 이런 소리가 나온다는 게 신기하고 즐거웠다”고 했다. 뒤늦게 성악의 재미를 알게 된 그는 올해를 ‘콩쿠르의 해’로 정하고 크고 작은 대회에 도전해보려 한다. “첫 도전에서 생각지 못한 좋은 결과를 얻어서 국제 콩쿠르에까지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예측 뛰어넘는 실력자 많아 … K클래식 밝은 미래 보여줘

부문별 심사평

44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44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피아노(심사위원장 이연화)=본선에 출전한 세 명은 치열한 예선을 거친 이들답게 독주회 분량의 다양한 곡을 수준 높게 연주했다. 가장 큰 수확은 예측 가능한 학생 수준을 뛰어넘어 작곡가의 예술적 의도와 연주력의 완벽한 결합을 연출한 놀라운 피아니스트를 발견한 것이었다. 세계 무대를 향한 초석의 역할을 넘어 이미 국제 경쟁력을 가진 중앙음악콩쿠르의 위상을 실감했다.

▶작곡(심사위원장 박인호)=본선에 진출한 네 작품은 음악 소재의 전개 방식이 미숙한 점이 아쉬웠다. 최초로 제시된 음악 소재가 동질에 의한 변화성 또는 이질에 의한 관계성으로 전개될 때 연결의 깊이가 없었던 점, 짧은 에피소드와 중심 음악 소재의 부조화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예선에서도 지적했던 문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본선에 진출한 네 사람 모두 앞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실제 무대에서 작곡자와 연주자가 서로 이해하고 연습한 완성도가 돋보여 1·2위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바이올린(심사위원장 정준수)=네 명의 본선 진출자 중 세 명이 고등학생이었고 이들 모두 바르토크 협주곡을 골랐다. 어린 나이에 비해 난해한 곡이라 염려했으나 기우였다. 바르토크 특유의 파워와 끈끈함 등의 표현력은 보완할 점도 있었으나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현지의 탄탄한 기본기, 김혜진의 균형 잡힌 편안한 톤, 김도훈의 아름다운 소리, 안정민의 과감한 표현력이 인상적이었다.

▶첼로(심사위원장 홍성은)=본선 지정곡 드보르자크 협주곡은 연주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감동 있는 연주를 하기 어렵다. 상당한 수준의 기교도 필요하다. 본선 진출자 4명 모두 훌륭한 기교, 안정된 음감, 좋은 소리를 들려줬다. 다만 음악 표현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청중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며 여유 있고 성숙한 연주를 들려주는 발전을 기대한다.

▶클라리넷(심사위원장 송정민)=예년보다 참가자들의 기량이 많이 향상됐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젊은 클라리네티스트들의 뒤를 이을 연주자 배출을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본선 과제곡인 장 프랑세의 협주곡에서 프랑스 음악 고유의 색채 표현, 피아니스트와의 호흡이 아쉬웠다. 또한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해 연습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무엇보다 콩쿠르를 승부가 아닌 연주로 생각하고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남녀 성악(심사위원장 강무림)=자기 소리의 역량에 맞춰 선곡해야 한다. 그저 듣기 좋은 곡을 선곡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선곡에 따라 입상의 당락이 좌우될 경우가 많으니 선곡에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 또 앞으로 콩쿠르를 준비하는 이들에겐, 입상을 목표로 오랫동안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지혜롭고 현명한 일이란 것을 알려주고 싶다.

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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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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