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번호 대체 누구?" 찐 무명 띄워올린 특급오디션 ‘싱어게인’

중앙일보

입력 2020.12.02 15:46

업데이트 2020.12.02 15:53

‘싱어게인’ 진행을 맡은 17년차 가수 이승기가 출연자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JTBC]

‘싱어게인’ 진행을 맡은 17년차 가수 이승기가 출연자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JTBC]

‘싱어게인’은 ‘슈가맨’부터 ‘찐 무명’까지 총 6개의 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사진 JTBC]

‘싱어게인’은 ‘슈가맨’부터 ‘찐 무명’까지 총 6개의 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사진 JTBC]

신개념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 JTBC ‘싱어게인’ 앞에 붙는 수식어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를 찾아 나서는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의 제작진이 만든 신규 예능이자 한장이라도 앨범(싱글 포함)을 발표한 적이 있는 가수를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라서다. ‘슈가맨’과 ‘오디션 최강자’는 물론 ‘재야의 고수’에 ‘찐 무명’ 출신 실력자까지 모이면서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7.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돌파했다. 월요 예능 터줏대감인 SBS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4.7%)과 KBS2 ‘개는 훌륭하다’(4.3%)도 제치고 동시간대 1위다.

3회 만에 시청률 7% 돌파 월요 예능 1위
이름 대신 번호제…호기심 자극에 성공
출연자부터 심사위원까지 오디션 출신
연령·성별·장르 불문한 통합 이끌어내

양준일ㆍ태사자ㆍ자자 등을 소환하며 뉴트로 열풍을 견인했던 슈가맨은 프로그램 기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슈가맨 시즌 3에 이어 ‘싱어게인’ 연출을 맡은 김학민 PD는 “슈가맨을 하면서 노래는 너무 유명한데 얼굴은 몰랐던 가수들이 많았다. 한때 유명했지만 어느 순간 대중에게 잊힌 사람이 되었고 그 사연은 각각 달랐기 때문에 조를 세분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프로그램을 기획한 윤현준 CP는 “참가자들이 직접 선택한 조별로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1라운드에 진출한 71팀 중 1985년 김창완과 꾸러기들로 데뷔한 45호가 찐 무명으로 나오고, 숱한 히트곡을 보유한 자전거 탄 풍경 멤버인 24호가 ‘OST’ 조로 참가하는 등 의외의 선택이 속출했다.

“무명 가수들 유명하게 만들 방법 고민”

1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찐 무명’ 조에서 한영애의 ‘누구없소’를 부른 63호. [사진 JTBC]

1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찐 무명’ 조에서 한영애의 ‘누구없소’를 부른 63호. [사진 JTBC]

2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슈가맨’ 조에서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를 부른 33호. [사진 JTBC]

2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슈가맨’ 조에서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를 부른 33호. [사진 JTBC]

3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재야의 고수’ 조에서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를 부른 29호. [사진 JTBC]

3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재야의 고수’ 조에서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를 부른 29호. [사진 JTBC]

참가자들을 이름 대신 숫자로 부르는 번호제를 도입한 것도 눈에 띈다. 재데뷔를 위해 달려가는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나 걸그룹 출신 멤버들이 인생 곡을 걸고 경쟁하는 MBN ‘미쓰백’ 등 기존 리부팅 프로그램과 선을 그었다. 참가자들은 8명의 심사위원 중 4개 이상 ‘어게인’ 버튼을 받지 못해 탈락했을 때 비로소 이름을 공개한다. 곡명이나 팀명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자 하는 몸부림은 MBC ‘복면가왕’이나 JTBC ‘히든싱어’처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명 가수들을 좀 더 유명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름을 감추면 아이러니하게 더 궁금해하고 더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윤현준 CP의 말처럼 방송이 끝난 후에도 레이디스 코드 등 참가자들과 연관된 단어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참가자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도 각종 오디션 장르를 섭렵한 베테랑이다. 진행을 맡은 17년 차 가수 이승기를 기준으로 연차가 높은 시니어 심사위원 중 28년 차 유희열은 SBS ‘K팝스타’ ‘더 팬’ 등 음악 예능 단골 심사위원이고, 37년 차 이선희는 MBC ‘강변가요제’ 출신으로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2’ 멘토를 맡았다. 35년 차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은 KBS ‘밴드 서바이벌 탑밴드’, 18년차 김이나 작사가는 JTBC ‘팬텀싱어 3’를 거쳤다. 15년 차 슈퍼주니어 규현, 14년 차 원더걸스 선미, 13년 차 다비치 이해리, 10년 차 위너 송민호 등 주니어 심사위원단 역시 그룹부터 솔로까지 안 해본 활동이 없을 정도. 박지예 PD는 “슈가맨에서도 세대별 반응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에 연령ㆍ성별ㆍ장르별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했다”고 밝혔다.

시니어 vs 주니어 소신있는 심사 대결 

시니어 심사위원 김이나, 김종진, 이선희, 유희열. [사진 JTBC]

시니어 심사위원 김이나, 김종진, 이선희, 유희열. [사진 JTBC]

주니어 심사위원 규현, 송민호, 선미, 이해리. [사진 JTBC]

주니어 심사위원 규현, 송민호, 선미, 이해리. [사진 JTBC]

시니어와 주니어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혁오의 ‘톰보이’를 부른 60호의 무대를 두고 유희열은 “목소리가 비주얼에 묻히는 느낌”이라고 평한 반면 규현과 송민호는 “보컬이 압도적이었다”고 반박하는 식이다. 하나의 장르를 대표하는 심사위원으로서 과감한 선택도 서슴지 않는다. 규현은 드라마 ‘꽃보나 남자’ OST ‘파라다이스’를 부른 18호가 다른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지 못하자 ‘슈퍼 어게인’을 사용해 2라운드 진출을 도왔다. 김종진 역시 2002년 월드컵 당시 5000만의 떼창을 이끈 ‘고 웨스트’를 부른 28호가 3표에 그치자 ‘슈퍼 어게인’을 통해 힘을 실어줬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기획의도와 맞물리면서 편파적이기보다 소신 있는 선택으로 다가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Mnet ‘쇼미더머니’부터 TV조선 ‘미스터트롯’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미 할 수 있는 장르도 다 했고, 실력자들도 다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장르와 인물군을 한데 모아 효과적으로 풀어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디션에서 우승, 준우승해도 설 무대가 없다는 현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이들을 다시 경쟁으로 몰아가지 않고 자신의 무대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미덕”이라고 덧붙였다. 시청자 이지현(35·프리랜서)씨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피곤하게 경쟁하는 대신 다 같이 즐기는 느낌이라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며 “특히 드라마 ‘SKY 캐슬’ 삽입곡 ‘위 올 라이’를 부른 55호 등 OST 가수들의 얼굴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2라운드가 기대된다”고 시청 소감을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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