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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포털뉴스 ‘알고리즘 공개’ 대신 ‘알고리즘 폐기’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가 네이버ㆍ카카오(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편집권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포털 사이트 개선 방안으로 뉴스 배치 알고리즘의 전면 공개를 추진해왔던 특위가 방향을 바꿔 알고리즘을 이용한 뉴스 배치를 못 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6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6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ㆍ김용민 “포털 편집권, 국민에 준다”

특위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에 지난달 31일 출범 후 첫 경과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송영길 대표는 “저는 어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미디어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며 “첫째, 공영 방송 사장 후보자 추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 둘째, 포털 뉴스 편집권을 국민에 돌려드리겠다. 셋째, 미디어 바우처제를 도입하겠다. 넷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용민 특위 위원장은  ▶포털의 획일적 뉴스 배치 방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손해액의 최대 5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국민참여방식의 이사 및 사장 추천위원회 구성) ▶언론계와의 쌍방향 소통을 핵심 추진 방안으로 보고했다. 송 대표와 김 위원장이 밝힌 사안들은 대부분 지난달 출범 때도 나온 내용이다.

김용민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제6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민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제6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포털 개선 방안은 달라졌다. 김승원 특위 부위원장 겸 간사는 보고회 후 기자들과 만나 “네이버는 (이용자에게 뉴스 선택권을 주는 쪽으로) 회사 운영의 정책 방향을 잡았다. 카카오는 초기화면에 인공지능(AI)에 의해 (뉴스가) 뜨는 문제를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알고리즘을 검증하거나 공개하자는 당초 추진 방안과 달리, 편집권한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특위 관계자는 “실제로 알고리즘 공개가 포털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우려를 많이 들었다. 공개했을 경우 이를 역이용해서 어뷰징(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등 의도적으로 클릭 수를 늘리는 행위)하는 세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위 관계자도 “그간 포털 사이트들은 공정성 시비에 대해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뉴스를 배치하는 것일 뿐’이란 논리를 펴왔다. 공개해도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아예 뉴스 배치를 막고 시민의 선택권을 늘리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도 이날 “수많은 기자가 발로 뛰어 쓴 기사를 다음과 네이버가 ‘다음신문’, ‘네이버신문’으로 만든다. 편집권을 쓰며 좌우하는 것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구버전’ 폐지, 다음 ‘#뉴스’ 구독 체제 전환

실제 특위와 포털들은 이 같은 논의를 오래 이어왔다고 한다. 편집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아직 이견이 남아 있지만, 이미 일부 진전된 부분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25일 "모바일 메인화면 ‘구버전’을 오는 8월 31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2019년 모바일 메인화면에 검색창만 띄우는 ‘새 버전’을 적용했는데, 뉴스 배치가 있는 ‘구버전’도 사용할 수 있게끔 옵션 기능을 남겨놓았다. 이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 구버전(왼쪽)과 신버전.

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 구버전(왼쪽)과 신버전.

카카오의 경우엔 카카오톡에서 제공되는 ‘#탭’의 기능을 구독 플랫폼으로 바꿀 예정이다. ‘#탭’엔 다음에서 제공되는 뉴스를 기반으로 한 ‘#뉴스’가 제공되는데, 이 역시 구독 체제로 바뀐다. 현재 네이버에서 시행 중인 언론사 구독 서비스가 적용될 예정이다. 서비스 시기는 8월 중으로 예상된다.

업계 “사기업 논리 무시”, 전문가 “순수한 개혁인진 의문”

하지만 포털의 편집권 전면 차단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사기업(포털)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 국회가 개입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익명을 원한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편집을 AI로 하고 있는데, 편향됐다는 말부터가 말이 안 된다. AI를 없애겠단 건 결국 AI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우스꽝스러운 논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가 메인 화면 편집권 등을 포기한 이후, 카카오가 큰 폭으로 반사 이익을 얻었다. 사기업인 카카오가 이를 내려놓기란 힘들 것이고, 정치권이 강제하는 건 더더욱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성동규 중앙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여당의 언론개혁 취지 자체가 불순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정부ㆍ여당 비판이 많다면서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소리칠 땐 언제고, 이젠 그것마저 잘 안되는 것 같으니깐 아예 알고리즘을 없애자는 거 아닌가"라며  "이것을 누가 순수한 개혁이라고 보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완전 구독제로 전환이 된다면, 군소 매체의 영향력은 더 떨어질 것이고, 언론의 다양성이 더 훼손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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