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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法 시행 1년 점검] 60%가 불법…'서민층 보호'는 말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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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사채업자들을 양지로 끌어내고 급전을 쓰는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부업법이 이달로 시행 1년(10월 28일)이 지나고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초고금리 대부나 불법 자금모집.불법 채권추심행위 등이 여전하고, 이용자들에 대한 보호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대부업 시행 이후 지난 7월 말까지 대부업 등의 위반 혐의로 검거한 사람이 모두 1천9백80명(1천2백79건)에 이를 정도다.

◇ 여전한 불법행위=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부업체인 J사는 월 3%의 확정금리를 주겠다고 유혹해 일반인들에게 돈을 모았다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한달만 돈을 맡겨도 은행의 1년치 이자를 주겠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속아넘어간 것이다.

또 상당수는 대부업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업성이 좋은 벤처나 부동산 투자회사로 위장해 돈을 끌어모은 것으로 금감원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런 유사수신 행위로 적발된 업체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83개사에 달한다.

초고금리 횡포도 여전하다. 서울에 사는 李모(여)씨는 최근 교통사고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생활정보지를 보고 대부업체인 D사를 찾아갔다가 연 5백14%라는 초고금리를 요구하는 바람에 아연실색했다. 법상 최고 이자율은 연 66%다.

지난달 말 현재 전국 시.도에 등록했거나 등록을 신청한 대부업체는 총 1만3천6백여개. 업계에서는 실제 영업하는 대부업체가 전국에 4만여개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60% 정도는 여전히 무등록 불법업체인 셈이다.

◇ 허약한 체질=대부업체들은 자금의 조달과 회수 양쪽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부업 관계자는 "주요한 자금원이었던 저축은행이 대출을 줄이는 데다 빌려준 돈의 연체율도 40%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부업체들의 경영난은 곧바로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금융회사들이 대부업체에 빌려준 돈은 3천6백억원에 달한다.

특히 10개 저축은행은 대부업체에 연 11~17%의 금리로 1천5백억원을 빌려줬다. 이들은 대부업체에 빌려준 돈을 떼이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 부실한 감독체계=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에 등록한 대부업체가 4천여개에 달하는 데 전담 직원은 고작 2명뿐이어서 일일이 단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의뢰할 수 있지만 금감원 역시 인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경부 관계자는 "등록제이기 때문에 관리감독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반기 보고서나 연간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등 보완책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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