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과세·감면축소 '연3조 증세'…반발 거셀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말 일몰이 돌아오는 55개 비과세·감면 제도중 24개가 폐지 또는 축소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폐지 대상은 농어가 목돈마련저축 비과세와 주식매수선택권에 대한 과세특례 등 17개이며, 축소 대상은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 비과세 등 7개다.

정부와 조세연구원이 함께 마련한 이 방안은 당초 '대부분 폐지하겠다'는 방침보다는 후퇴한 것이지만 '비과세·감면 축소를 없던 일로 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방안대로 추진된다면 연간 2조~3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3조원 내외의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 금융계의 절세상품이 대부분 폐지될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에 마련된 비과세·감면 방향이 제대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도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방안이 정부의 공식적인 초안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 감면 축소 타깃 '절세상품'

정부와 조세연구원이 감면 제도 축소의 우선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금융권의 절세상품이다. 가입 대상이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축우대 제도가 고소득층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도 달았다.

각종 금융상품으로 인한 조세감면 규모는 연간 1조1000억원 수준. 조세연구원은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한 생계형 저축과 장기주택 마련저축 등 특정계층 지원을 위한 비과세 상품을 제외한 절세상품은 대부분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농어촌목돈마련저축, 세금우대종합저축, 장기저축성 보험, 선박 펀드 등에 대한 감면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것.

세금우대종합저축에는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이 모두 포함된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은 현재 1인당 4000만원 한도내에서 9.5%(농특세 포함)로 저율 과세하고 있다. 감면이 폐지되면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의 이자소득세는 15.4%로 높아진다.

올해말 일몰이 돌아오는 주식매수선택권에 대한 과세특례와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 등도 폐지가 추진된다. 또한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 비과세는 축소된다. 현재 1년이상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 5천만원~3억원은 5% 저율 분리과세된다.

절세상품과 배당소득 등에 대한 비과세·감면 폐지 또는 축소는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대로 추진된다면 '절세를 통한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라는 말이 사라질 수도 있다.

◆ 무늬만 농어민지원감면제도 폐지 또는 축소

이번 방안에서는 무늬만 농어민 등 특정계층을 지원하는 감면제도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수협 등이 유통자회사에 토지 등 현물출자시 양도차익 과세이연, 농협 등 조합원 융자서류 인지세 면제제도, 농협중앙회 등의 합병 등에 대한 법인세 과세특례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자경농민에 대한 증여세, 농지 양도세 면제제도도 상속 등에 대한 세금감면을 통해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중복지원의 성격이 있고 조세회피 수단으로 이용가능성이 농후만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것.

이와함께 연구원은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면세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2년 도입된 이 제도는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연장되고 있는데 면세로 인한 가격 왜곡 효과와 부정 사용의 폐해가 큰 상태라는 것. 또한 면세로 인한 농어민 지원효과도 크지 않다는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농·어업용 유류에 대한 감면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 중산층·농어민, 금융권 반발 거셀듯

이날 비과세·감면 축소 방안이 발표됨에 따라 증세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비과세·감면 축소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세금을 더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절세상품이 감면 축소의 타깃이 됨에 따라 중산층과 서민, 금융계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우대종합저축과 같은 절세상품의 경우 중산층과 서민 들이 목돈마련용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과세·감면 연장의 대부분이 서민과 중소기업 등에 맞춰짐에 따라 중산층의 반발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면세 유류 축소 등에 대한 농어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연구원은 무늬만 농어민 지원제도라고 강조했지만 농어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농민들을 더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24개 비과세·감면축소 제대로 될까…재경부 "공식안 아니다."

비과세·감면 축소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재경부는 지난달 27일 '세원투명성 제고방안' 발표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세원투명성 제고방안과 마찬가지로 비과세·감면 축소방안도 재경부와 조세연구원이 함께 마련했음에도 불구, '정부의 공식적인 안이 아니다'는 것.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세원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할 때 정부와 연구원이 함께 마련안 초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번 안은 조세연구원이 제시한 방안이다"며 "조세연구원이 이날 주관하는 공청회에서 제기되는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이달중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방안에 대한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에 제시한 방안을 모두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올해말 일몰이 돌아오는 55개 비과세·감면제도중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제도 등 10개 제도의 연장을 이미 발표한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방안은 사실상 절반 이상의 비과세·감면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5개 비과세·감면제도중 24개의 비과세·감면을 폐지 또는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금우대종합저축 등 절세상품 폐지는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과세·감면 축소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들의 반발로 비과세·감면 축소가 제대로 추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