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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죄도 실적 믿고 간다?…'박스 탈출' 코스피 신기록 행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스피에 불이 붙었다.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3270선을 넘어서며 사흘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젠 '최고치'라는 수식어가 식상할 정도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0.05포인트(0.62%) 오른 3278.74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0.05포인트(0.62%) 오른 3278.74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스피, 사흘째 최고치 경신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62%(20.05포인트) 오른 3278.68에 마감했다. 지난 15일 최고가(3258.63)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 14일부터 사흘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장중엔 3281.96까지 치솟아 장중 최고치도 5개월 만에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 1월 11일의 3266.23이었다.

코스닥은 0.11% 오른 998.49로 마감했다. 장중엔 한 달 반 만에 1000(1000.43)을 넘었다.

코스피 상승의 일등공신은 외국인이다. 최근 지수 상승을 이끌던 개인 투자자가 '팔자'로 돌아서자 외국인이 바통을 이어받아 23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도 440억원가량 주식을 사들이며 힘을 보탰다.

올해 코스피는 지난 1월 고점을 찍은 뒤 5개월간 3000~3260선을 오가며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시를 짓누른 탓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3월 연 1.7%까지 치솟았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1.4%대로 내려왔다. 지난 4~5월 물가 급등도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기저 효과로, 점차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이퍼링 우려 등은 이미 시장에 일정 부분 반영됐다"며 "미 국채 금리가 안정된 것이 그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 안정세로 성장주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면서 증시도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고점 돌파에 피로감이 쌓일 법하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선 하반기 코스피가 최고 3300~3700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안도 랠리'가 시작됐다는 진단도 있다.

그동안 증시를 떠받든 주춧돌이 유동성이었다면, 앞으로는 기업 실적이 밀어 올릴 것이란 게 공통된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국내 기업들은 이익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204조원이다. 지난해보다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대로라면 사상 첫 '영업이익 200조원' 시대가 열린다. 내년 영업이익은 2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고공행진하는 코스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공행진하는 코스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테이퍼링·인플레이션 주시해야

실적이 증시를 든든하게 뒷받침한다고 해도 변수는 역시 테이퍼링과 인플레이션이다. 당장 17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 신호가 나올지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선 Fed가 오는 10월쯤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하고, 내년 초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테이퍼링 우려에 주가가 빠질 수 있겠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근거한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의 시각처럼 물가 우려도 진정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펀드매니저 등 전문 투자자 224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3%가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주가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주가 상승은 국채 금리 안정으로 그간 조정받았던 성장주가 반등한 영향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며 "당분간 주가는 테이퍼링 우려에 현 지수대에서 박스권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의 관심은 어떤 종목이 더 오를 지로 향한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꼽는다. 이익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예상해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수혜가 기대되는 엔터, 레저, 화장품 등도 투자자가 관심을 가져 볼 만한 추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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