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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규제’ 피하려 조카 회사 감췄다가 들통난 하이트진로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연합뉴스

인쇄업을 하는 연암과 송정은 각각 2000년, 2002년 설립한 회사다. 연암의 경우 2019년 기준 매출 211억원, 당기순이익 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박문덕 회장은 지난 2013년 조카들이 지분 100%를 가진 이 회사를 하이트진로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엔 해당 내용을 신고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의 동일인(총수)인 박 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며 관계사 5곳과 친족 7명을 고의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박 회장의 인식 가능성이 현저하고 중대성도 크다.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 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 기준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회장은 친족 소유 회사란 사실을 알고 있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이들 회사를 하이트진로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았다. 또 친족이 소유한 회사란 점을 감춰 정부나 시민단체가 관련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 해당 내용을 파악한 뒤 처벌 수위까지 검토하고도 불법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2014년 일부러 조카의 아버지를 하이트진로 임원에서 퇴임 조치하기도 했다. 박 회장이 감춘 회사들은 하이트진로에서 땅을 빌려 받고, 계약을 맺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는 등 특혜를 누렸다.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일감 몰아주기나 사익 편취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런 수법으로 대기업 규제를 피해갔다. 성경제 과장은 “박 회장은 과거에도 자료 허위제출 행위로 경고를 받았다”며 “일부 계열사는 누락 기간이 16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해당 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KCC와 태광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대기업 위장계열사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지난달에 위장 계열사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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