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1)북방정책 힘입어 국제항 발돋움|「서해안시대」주역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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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태어나서 자란 고장」은 부모·형제의 품속만큼이나 따뜻하고 애정이 가는 곳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변모해 가는 내 고장과 고향 사람이야기를 집중 취재,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주>
군산이 비상의 날개를 펼쳤다. 멀리는 삼국시대, 가깝게는 조선시대 이래로 대중국·일본무역 및 문화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 서해안 제2관문으로 불리던 군산은 이제 서해안시대 개막을 앞두고 옛 명성을 되찾을 꿈에 부풀어 있는 것이다. 중국대륙의 개방바람을 타고 남한 최대의 대중국관문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군산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백제 왕인 박사가 천자문 등 책자와 한반도의 선진문화를 일본에 전해주었고 또 외래문물을 받아들였던 군산항.
문물이 번창하고 해운이 발달해 고려 때는 세곡을 보관하는 조창(조창)이 설치됐고, 이를 노려 내륙 깊숙히까지 침범해 약탈을 서슴지 않던 왜선 5백여척을 최무선 장군이 전멸시킨 호국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강압에 못 이겨 전국의 항구가 개항이 시작되면서 1899년 전국에서 네 번째로 문을 연 군산항은 일제가 수탈한 쌀을 실어 내가는 치욕의 항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70년대 초부터 하역능력 2백만t 규모의 외항건설공사를 착수, 국제항으로의 발돋움을 시도해온 군산항은 아직까지는 토사매몰·시설부족 등으로 항구개발사업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개발지연=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군산은 결코 다른 항구에 비해 손색이 없을뿐더러 개발에 뒤진 적도, 뒤질 이유도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육운이나 해운의 중심지로 각광받았던 군산이 결정적으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남북분단과 중국대륙의 공산화에 따른 대중국 뱃길이 막히면서부터 였다.
여기에 곁들여 62년부터 계속된 경제개발과 63년 이후 계속된 국토개발로 부산을 중심한 동남권이 빠른 속도로 발전된 데 반해 군산·목포등 호남권은 상대적으로 발전속도가 뒤져 서해안 제2의 관문 군산은 상대적으로 그 명성을 잃어갔던 것이다.
◇재기몸무림=2차대전후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따른 동서양진영의 냉전체제 고착으로 중국대륙이 폐쇄되면서 함께 얼어붙었던 군산항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중국의 해빙이 거론되기 시작한 70년대들면서 부터.
비록 계획에 불과했지만 70년대 초부터 먼 훗날에 대비한 대륙교역의 전초기지로 군산항이 지목되면서 역사의 전면에 나설 채비를 하게됐다.
중국의 산동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 중국과 교역을 하기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춘 곳은 인천을 제외하고는 군산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륙교역이 이루어질 경우에 대비, 중심항구로서의 꿈을 착실히 키워 온 군산은 5만t급 이상 대형 외항선이 마음놓고 드나들 수 있는 신항 건설과 금강을 끼고 있어 육운 또한 편리한 이점을 들어 이웃 장항과 연계해 대규모 공단 유치 등 의욕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군산시민의 핑크빛 꿈은 마침내 80년대 들면서 부분적으로나마 대륙의 문이 열리면서 서해안개발이라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서해안개발위원회」가 발족, 인천에서 목포까지 국토의 서쪽에서 실시되는 22조3천1백33억원 규모의 1백26개 사업을 확정했으며 그 가운데 군산 등 전북지역의 사업은 30개 사업 4조5백33억원 규모에 이른다.
◇산업기지 건설=87년8월10일 건설부고시로 지정된 군산산업기지 2백9만평은 행정구역조정으로 군산시에 편입된 오찬도와 내초도간 갯벌을 메워 제2공단을 조성하는 사업이 그 하나. 92년까지 1천6백억원을 투입하게될 이 사업은 토개공과 대우자동차가 공동으로 매립공사를 실시한다.
토개공은 지난해 8월부터 1백30억원을 들여 실시설계 및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하는 한편 오찬도∼내초도간 1천1백m의 호안축조공사와 공단 배후농경지침수방지를 위한 배수로 1천5백m 개설공사를 착수했다. 올핸 4백7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매립공사와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공사를 본격적으로 벌인다
대우자동차는 91년부터 93년까지 공공용지 49만평을 제외한 순수한 공장용지 1백60만평에 1조2천3백억원을 들여 승용차를 비롯, 버스·트럭 등 연간 99만4천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군장산업기지 건설은 서해안지도를 바꿀 대역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북의 군산·옥구 앞바다 갯벌 1천1백31만평과 충남 장항 앞바다 2천7백20만평 등 3천8백51만평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신항건설=이 같은 사업의 성공을 의해 5만t급 이상 대형외항선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신항건설을 건설 1순위로 정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산신항 건설계획은 장산도에서 오찬도간 10km의 남쪽도류제를 쌓는 방법으로 건설된다.
총사업비 4천1백58억원. 사업 첫해인 올해 25억원을 들여 설계 및 남쪽 도류제 축조공사를 착수하고 내년에 3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004년까지 끝낼 군산신항은 최대선박 t수를 석탄·양곡·컨테이너 수송선박은 5만t급 까지, 일반잡화 수송선박은 3만t급까지 수용이 가능케 할 계획이다.
◇농업종합개발=83년9백77억원을 들여 착공한 전북 군산과 충남 장항을 잇는 총연장 1천8백11m의 하구둑 건설공사가 내년에 마무리되는 것과 때를 맞춰 평야부 농업종합개발사업을 올해 착공, 2004년까지 3천2백74억원을 들여 실시한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3천2백80km의 농지를 확장, 토지이용률을 1백11%에서 1백53%로 높여 연간 11만3천t의 식량증산을 가져오게 된다.
또 군산 앞바다에서 고군산 열도를 거쳐 변산반도를 연결하는 34km의 방조제를 쌓는 새만금간척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98년까지 7천5백억원을 들여 4만2천ha에 이르는 국토확장과 농경지 2만9천ha를 확장, 연간 19만3천t의 식량증산을 꾀할 이 사업이 끝나면 전북도내 6개시나 옥구·익산군보다 넓은 또 하나의 농촌도시가 탄생된다.
인천∼목포간 서해안고속도로가 군산을 경유하고 96년에는 이곳에 비행장 건설이 확실시되며 전주∼군산간 전철화 및 군산∼장정간 철도부설 등이 착착 진행중이다.
이제 군산시민들은 개항 1백주년을 맞는 2000년에는 인구 45만명에 1인당소득 5천달러, 주택보급률 90%, 상수도보급률 98%, 하수도처리 90%, 쓰레기 위생처리 1백%, 만족한 휴식공간, 충분한 교육시설을 갖춘 활기찬 공업도시로 비상, 서해안시대 개막의 주역으로 금강문화를 활짝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글 모보일 차장
사진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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