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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들 신경전?…원희룡 “행사 취소”에 이재명 “납득 어렵지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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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10~11일로 예정됐던 제주 방문 일정을 중단했다. 전날 원희룡 제주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제주 방문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여야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는 두 지사의 신경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 “아쉽지만 제주 일정 중단”

이 지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주도의 방역을 책임지고 계신 원 지사님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해 제주 일정을 중단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행사인)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동대응은 어쩌면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할 수 있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막을 방법과 대응방안을 찾아야 하는 중대 과제였다”며 “일본의 야만과 폭력을 알리고 국민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협력이었기에 더더욱 아쉽다”고 썼다.

앞서 경기도와 제주도, 양측 도 의회는 11일 제주도청사에서 ‘일본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대응 정책 협약식’을 할 예정이었다. 이 지사는 “하루 수백만 명이 입출경하는 경기도의 방역책임자로서, 하루 수천수만에 이르는 제주 입도객 중 경기도 공무 방문단 10여 명이 제주도 방역 행정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도민 안전을 책임진 제주지사의 판단과 의지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하루 전 원 지사는 SNS에 “일본 방사능 오염수보다 제주 코로나19 방역이 시급하다”며 “협약식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주도는 도 공무원 확진 판정을 이유로 원 지사의 불참을 결정한 상태였다. 이 지사는 제주 4·3 사건 희생자 유가족과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과 만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역시 연기됐다.

이재명-원희룡 신경전? 

이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대권 주자인 두 지사의 신경전이 행사 연기로 번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원 지사가 협약식을 코앞에 두고 불참 의사를 밝히고 취소를 제안한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두 지사는 SNS를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자신의 SNS에 “원 지사가 서울 오가는 건 괜찮고, 다른 사람은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개인적 일정도 아니고 공무로 예정된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하고 제주도에 오지 말라고 하는 건 정말 쪼잔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 지사가 글을 올린 뒤 역시 SNS에 “(이 지사가) 행사를 연기해 준 것에 감사하다. 일본 오염수 문제는 저도 앞장서 대응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곧 여름 휴가철이고 제주 관광객이 크게 늘 것이기 때문에 방역이 절박한 상황”이라며 “국민 관광지청정 제주를 지키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오는 17일엔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권역별 균형발전 전략 국가 정책화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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