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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만들자면서…'친문' 권리당원 입김 키우자는 정청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의총에서도 당규 개정을 통한 예비경선 룰 변경을 주장했다. 뉴스1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의총에서도 당규 개정을 통한 예비경선 룰 변경을 주장했다. 뉴스1

국민의힘에서 시작된 ‘이준석 돌풍’이 여권에선 문파 권력을 키우는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예비경선(컷오프) 선출권을 중앙위원 50%와 권리당원 50%로 개선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시·도지사 등 중앙위원 500여명이 컷오프 통과자(대표 후보 3명·최고위원 후보 8명)를 추린다. 정 의원은 “소수의 중앙위원이 일차적으로 후보 컷오프를 하므로 당원과 국민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며 “당내 기반이 없는 새로운 인물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엔 김용민 최고위원과 박주민·김남국·황운하·장경태·이수진·임오경·최혜영 등 친(親)조국파 의원들이 정 의원 옆에 나란히 섰다. 5·2 전당대회에서 친문 권리당원 지지로 최고위원 후보중 최고 득표율(17.73%)을 기록한 김 최고위원은 “신인들이 당 지도부에 도전할 문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 의원 총 91명이 서명한 당규 개정안 건의서를 이날 오전 송영길 민주당 대표에게 제출했다.

“문파에 당 넘어간다”

이런 주장의 배경은 이준석(36)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 예비경선에서 1위를 기록하며 몰고 온 돌풍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부동산 정책 의총에서도 “야당에서도 이준석 후보 같은 사람이 나온다. 우리도 젊은 정치인이 등장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컷오프 규정 수정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단. 왼쪽부터 박주민, 최혜영, 김용민, 장경태, 김남국, 정청래, 황운하, 임오경 의원. 연합뉴스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컷오프 규정 수정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단. 왼쪽부터 박주민, 최혜영, 김용민, 장경태, 김남국, 정청래, 황운하, 임오경 의원. 연합뉴스

그러나 당내에선 정 의원의 진의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왜냐면 국민의힘 예비경선은 ‘당원 50%+일반 여론조사 50%’의 구조이지만, 정 의원의 안은 ‘중앙위원 50%+권리당원 50%’의 구조다. 일반 국민들의 여론이 반영될 통로가 없을 뿐더러, 권리당원들은 대개 강한 친문 성향이란게 정설이다. 결국 정 의원 주장대로라면 문파의 입김이 더욱 강해지는 셈이다.

그래서 정 의원이 친전을 보내 서명을 요청했을 때 거절한 의원들도 많았다고 한다. 주로 친문 당원들과 거리를 두는 김근태(GT)계 의원들이었다. GT계 중진 의원은 “문파들이 특정 주자를 집단적으로 밀면서 전당대회가 혼탁해질 수 있다. 또 문파에 당이 포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의원 본인이나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컷오프 문턱을 넘지 못할까봐 이들이 직접 나섰단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에서 정 의원과 가까운 이재정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컷오프 됐다. 서울권 중진 의원은 “조직이 없지만, 당원 인지도는 높은 정 의원이 내년 전대 출마를 위해서 포석을 까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문파, 막히는 내부토론

극성 친문지지층, 즉 ‘문파’가 민주당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온라인 당원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문 대통령에 대한 팬덤을 가진 유권자들이 대거 입당해 현재 80만명 권리당원의 주류로 등장했다.

2015년 12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온라인당원가입 시연행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12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온라인당원가입 시연행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럴수록 당심과 민심 괴리는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나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6월 말 대선 예비경선(권리당원 50%+여론조사 50%)을 앞둔 주자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극성 친문 당원들이 ‘과대대표’되는 현상이 커지면 민주당 내 토론은 막히고 중도 확장력도 잃는다”며 “당심과 민심의 괴리로 민주당 재집권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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