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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물레방아로 독일에 한류 흘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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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국제풍차물레방아공원에 있는 평창 물레방아 앞에 선 브로뵐 대표.

"독일 안에서 한국 문화를 가꾸는 보금자리로 만들겠습니다."

독일 기포른에 있는 국제 풍차.물레방아 공원 박물관의 호르스트 브로뵐(71) 대표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최근 그는 독일 내 한류의 불길을 지피기 위한 행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 노래비 제막식을 했다. 2003년 공원 안에 한국의 원형 그대로 옮겨놓은 강원도 평창의 전통 물레방아와 너와집 옆에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의 북을 상징하는 직경 90cm의 원형 돌판에 원로시인 정치근씨의 노래말 '사랑'을 새겼다.

"태산이 변하여서 바다가 된다해도/그 바다 다시 변해 태산이 된다 해도/고운님 향한 내 사랑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한국어와 독일어로 새겨진 노래말 앞에 호기심 어린 관람객들이 모여들었다.

브로뵐 대표는 "노래비를 매단 전통 한옥의 대문형 지붕에는 고려청자를 만들었던 전남 강진에서 제작한 기와를 직접 독일로 운송해 놓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노래비 제막식에 이어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순서도 마련했다. 이날 무대에 태극기가 내걸리고 한국의 전통춤과 가곡 공연이 독일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끊어질 듯 애련한 국악 소리와 함께 단아한 소복 차림의 여인이 살풀이 춤사위를 선보일 때 관중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해졌다. 화려한 대례복을 차려입은 무용수가 태평무를 펼쳐보이자 사방에서 카메라 셔터소리가 요란했다.

15㏊의 광활한 공원 한편에 자리잡은 종합예술전시장인 유럽문화박물관도 한류 열기로 달아올랐다. 국내 중견 현대화가 100인이 공동으로 참여한 특별 초대전이 중부독일 지역 문화계 인사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브로뵐 대표는 "월드컵을 개최한 스포츠 국가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강국으로서 한국의 면모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왕성하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브로뵐 대표의 한국과의 인연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 우연한 계기로 강원도 물레방아를 소개받아 한국을 방문한 뒤부터다. 그는 "독일과 같은 분단국가라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한국 문화는 알면 알수록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작은 하회탈 모형의 목걸이를 즐겨 매달고 다니는 브로뵐 대표는 현지에서 자수성가한 문화계 인사이다. 1977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불모지를 개발해 현재 세계 최대규모의 풍차.물레방아 공원박물관을 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찾을 정도로 국제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기포른=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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