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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 반란 이끌 ‘13억 FA 듀오’ 도관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FA 계약을 통해 LG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이관희(왼쪽)와 이재도. 박린 기자

FA 계약을 통해 LG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이관희(왼쪽)와 이재도. 박린 기자

“안 어울려~. 다시 안양 가야 할 거 같은데.”(이관희)
“빨간색이라 생각보다 잘 어울리지 않아요? 제 번호 4번까지 달면 더 완벽하겠어요.”(이재도)

프로농구 창원 LG서 처음 한솥밥 #지난 시즌 KGC 우승 이끈 이재도 #팀 성적 위해 후배 끌어온 이관희 #빅맨 김준일과 ‘막강 트리오’ 완성

최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프로농구 창원 LG 유니폼을 처음 입은 이재도(30·1m 80㎝)를 본 이관희(33·1m 90㎝)가 장난스레 말했다. 이재도의 전 소속팀인 안양 KGC인삼공사와 새 소속팀 LG 모두 홈 유니폼이 빨간색 계열이다.

지난 시즌 KGC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주역인 가드 이재도는 지난달 22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FA가 된 가드 이관희도 같은 날 LG와 재계약했다. 이재도는 3년 계약에 첫해 보수 7억원, 이관희는 4년 계약에 첫해 보수 6억원이다. 둘이 합쳐 13억 원짜리 ‘백코트 콤비’가 결성됐다. 이재도는 지난 시즌 평균 12.7점, 5.6어시스트에 국내 선수 공헌도 1위였다. 이관희는 지난 시즌 LG 이적 후 17.7점, 6.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상대 연락처도 몰랐던 두 사람은 계약도 하기 전, 두 차례 만났다. 이관희는 “저는 술을 1년에 5번 정도 마시는데, 조성원(LG) 감독님이 재도를 만난다고 해서 따라갔다. 재도가 있어야 LG가 우승권에 갈 수 있다. 만나서 ‘좋은 그림 그려 보자’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재도는 “(이관희) 형이 잘해주길래 같은 이 씨인지 물어봤다. (본관이) 나는 경주고, 형은 인천이더라. 같이 뛰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형 아니었다면 (LG에) 안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희는 “다른 팀에서도 재도를 원했다. 그 팀은 가지 않았으면 했다. 두 번째 만났을 때 ‘창원에 올래, 나랑 원수 될래’ 물었다. 소주를 마셨는데, 재도가 몰래 계산했다. 앞으로는 재도를 형이라고 불러야겠다”며 웃었다.

FA 계약을 통해 LG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이관희(왼쪽)와 이재도. 박린 기자

FA 계약을 통해 LG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이관희(왼쪽)와 이재도. 박린 기자

사실 ‘FA 최대어’는 송교창(전주 KCC)이다. 이관희는 “(송)교창이가 좋은 선수이지만, 우리와 맞는 유형이 아니다. LG에는 (김)준일이가 맞다”고 했다. LG는 1일 서울 삼성에서 ‘토종 빅맨’ 김준일(29·2m 2㎝)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그렇게 ‘막강 트리오’를 완성했다. 이관희는 “최근 셋이 만나 ‘우승하자’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재도가 지난달 손목 수술을 받는 바람에 세 사람은 다음 달부터 손발을 맞출 수 있다.

이관희는 “고참으로서 가장 같은 역할을 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관희는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코트 안팎의 이슈 메이커이기도 하다. 그 말을 들은 이재도는 “형의 열정과 에너지를 좋게 생각한다. 주위의 우려가 있지만, 자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저처럼 묵묵한 사람이 옆에 있으면 된다”고 거들었다.

LG는 지난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런 LG가 두 선수에게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 25억원) 반이 넘는 13억원을 투자했다.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두 선수는 “구단이 우리 자존심을 세워준 만큼 그에 걸맞은 활약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관희는 “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수비 잘하는 선수가 저와 재도일 거다. 요즘 ‘저희가 도관희입니다’라고 인사하는데, 입에 착착 감긴다. 재도는 농구에 집중하느라 당분간 결혼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도는 “형이 말은 이렇게 해도 경기에서는 혼자 다 할 것 같다. 물오른 30대 관희 형을 믿겠다”며 웃었다.

이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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