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기간 500만명 돌파 앞둔 영화 '괴물', 그 괴력의 비결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영화 '괴물'이 충무로 흥행기록을 차례로 집어삼키며 질주하고 있다. 개봉 첫주 나흘 동안 무려 26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시작된 흥행질주는 4일쯤 관객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달 27일 정식 개봉 이후 불과 9일만으로, 역대 최단기록이다. 해외 러브콜도 상당하다. 이런 추세라면 '괴물'은 충무로에 전례 없이 흥행과 비평, 그리고 해외시장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명실상부한 블록버스터로 기록될 전망이다.

개봉 때부터 신기록 행진

'괴물'의 신기록 행진은 사상 최다규모인 6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때부터 시작됐다. 이는 직전까지 최다였던 '태풍'(540개)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전국 1600여 스크린의 약 40%가 '괴물'을 내걸었단 얘기다. 올 초 역대 한국영화 최고흥행기록을 세운'왕의 남자'가 40억원대 제작비로 25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것과 비교한다면 '괴물'은 시작부터 확실한 대작이다. '괴물'은 정식 개봉 첫날(27일) 45만명, 첫주말(29일) 약 80만명의 관객이 관람해 각각 해당분야 신기록을 세웠다.

'괴물'의 이같은 성공적인 출발은 7월초 국내시사회 직후 쏟아진 호평에서 예고된 바다. 그동안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를 들인 역대 국산 대작에 대한 비평이 크건 작건 엇갈렸던 것과 달리, '괴물'은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게 합격 평가를 받았다. 관람 후 관객의 평가도 흥행 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관람 전 한껏 높았던 기대감이나 봉준호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에 비하면 실망스럽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인터넷 평점 등으로 드러나는 반응은 대체로 상당한 호평이다.

해외수입만 벌써 70억원

최근의 국산 대작들이 해외시장을 보너스 개념으로 접근했던 것과 달리 '괴물'은 이를 사전에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국내 개봉 전에 이미 북미.유럽.아시아 10여 개 국에서 약 70억원의 해외수입을 올렸다. 이 중 일본에서만 제작비 투자와 판권료를 합쳐 약 47억원의 수입을 거뒀다. 해외수입 덕분에 '괴물'은 개봉 일주일도 못되서 흑자 상태로 접어들었다. 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총제작비 155억원(순제작비 113억원+마케팅비 42억원)에 DVD.방송 등 부가판권료를 최소 10억원으로 기대했을 때, 국내에서 관객 300만명이면 손익분기점"이라고 전했다. '괴물'은 완성도뿐 아니라 장르면에서 할리우드 영화로 익숙한 괴수오락물이라는 점이 해외판매가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국내 비평가들에게는 한국적인 사회상.가족애.유머를 담아 할리우드 괴수영화와 다른 맛을 낸 점이 좋은 평을 받았다. 해외 관객의 평가는 가장 가까운 9월초 일본 개봉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00만 고지, 중장년층에 달려

이제 '괴물'의 흥행 신기록 행진은 충무로 '꿈의 숫자'인 관객 1000만명이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언제쯤일 지로 모아진다. 충무로의 통념대로라면, 이 정도 대규모 흥행에는 중장년 관객의 관람과 영화 외적인 사회적 관심이 필수적이다. 당초 '괴물'은 괴수영화라는 점이 성인 관객동원의 한계로 지적돼왔다. 예상대로 초기관객은 20대가 가장 많다. 하지만 상영 둘째 주에 접어들면서 점차 중장년 관객이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의 집계에 따르면 '괴물'을 예매한 관객 중 40대 이상의 비중이 첫주 11%에서 둘째주 15%로 4%포인트 늘었다. 맥스무비 관계자는 "40대 이상 관객은 그동안 최소 800만명 이상 흥행작일 때 비로소 3%포인트 안팎의 증가 폭을 보였다"며 "상당히 파격적인 증가세"라고 밝혔다.

향후 이렇다 할 대작이 없는 점도 '괴물'의 흥행독주를 점치게 하는 요소다. 8월 중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12편이나 되지만 '괴물'이 지금 같은 흥행세를 유지하는 한, 다른 영화들은 극장 잡기부터 2등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할 참이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