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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홈피에 독일 대학 화들짝···"자매대학 절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김일성종합대학이 영문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매대학 명단.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캡처]

김일성종합대학이 영문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매대학 명단.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캡처]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이 해외 유수의 대학들과 교류 현황을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언급된 일부 학교들은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치벨레(DW)는 "김일성종합대학은 영문 홈페이지에서 전 세계 수십 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는 점을 자랑하고 있다"며 "하지만 리스트에 오른 대부분의 대학이 '자매대학'이란 사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를린의 명문 홈볼트 대학을 포함한 몇몇 대학은 '자매대학' 명단이 허위로 작성되었다며 김일성대 측에 홈페이지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김일성종합대학은 이들 대학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DW의 관련 내용 문의에도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 대학이 김일성대와의 관계에 대해 적극 부정하고 나선 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보인다. 대량살상무기(WMD)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민감한 기술·정보의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과 과학 협력을 금지하는 대북제재를 어긴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자칫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당할 우려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인터넷이나 도서관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정보가 누설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 대학의 홈페이지에 이름을 올린 대학들에 공식 논평을 요청해 지난 3월 연차 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게재했다.

수차례 북한에 방문한 경험을 가진 카타리나 란트그라프 독일연방의원은 "북한과 모든 학술교류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적인 접촉은 김정은 정권에 명성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들이 체제선전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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