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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백신 접종자 83%가 40ㆍ50대…중년층 접종률 높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와 카카오 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잔여 백신'을 조회하고 당일 예약으로 접종까지 받을 수 있게된 지난 달 27일 오후 서울에서 한 시민이 잔여백신을 검색하고 있다. 뉴스1

네이버와 카카오 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잔여 백신'을 조회하고 당일 예약으로 접종까지 받을 수 있게된 지난 달 27일 오후 서울에서 한 시민이 잔여백신을 검색하고 있다. 뉴스1

네이버ㆍ카카오 앱 당일 예약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잔여 백신’을 접종한 이들의 83%가 40ㆍ5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AZ 백신을 맞을 수 없는 20대나 1분기 접종 대상군에 포함돼 따로 사전 예약을 진행 중인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30대의 접종 의지가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방역당국이 2분기 접종 대상자별로 접종할 백신을 배정할 때 이런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잔여 백신 예약, 40ㆍ50대 83%…30대는 15%

잔여백신 물량 부족이 계속된 지난 달 2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관계자가 AZ백신 빈 병을 들고 있다. 뉴스1

잔여백신 물량 부족이 계속된 지난 달 2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관계자가 AZ백신 빈 병을 들고 있다. 뉴스1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같은 달 27일부터 30일까지 총 9110명이 온라인 당일 예약을 통해 코로나19 잔여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56.8%, 여성이 43.2%였다. 연령별로는 ▶30대 15.3% ▶40대 39.4% ▶50대 43.5% ▶60대 이상이 1.8%로 집계됐다. 40ㆍ50대가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통계자료에서 20대가 빠진 건 현재 희귀혈전 발생 논란으로 30세 미만에는 AZ 접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60대 이상도 1분기 우선 접종 대상군에 포함돼 따로 예약이 진행되고 있어 잔여 백신 의지가 낮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6월 말까지 60~74세는 AZ 백신 접종을, 75세 이상은 화이자 백신 접종을 이어갈 예정이다.

40ㆍ50대, 자녀 감염될까 우려 큰 듯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남은 연령대 중 40ㆍ50대의 백신 접종 의지가 높게 나타난 건 무엇보다 자녀 등 가족의 감염을 막기 위한 의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달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나로 인해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의견이 76.4%로 가장 높았다. 중복응답으로 ‘우리 사회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63.9%)’ ‘감염이 걱정돼서(54.8%)’ ‘예방접종을 하면 일상생활을 할 때 더 안심될 것 같아서(52.3%)’ 등의 이유를 선택한 이들이 뒤를 이었다.

40ㆍ50대는 특히 초등학생 이상인 자녀를 두었을 확률이 높다. 최근 잔여 백신을 맞기 위해 수시로 앱을 확인하고 있다는 직장인 이모(45)씨는 “초등학생인 자녀가 있는데 가족 중 밀접 접촉자가 있으면 학교에 갈 수 없다. 혹시라도 나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확진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걱정이 돼 빨리 맞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30대, AZ 희귀혈전 논란 의식했나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사이트(https://ncvr.kdca.go.kr)에 '얀센 백신 예약이 6월 1일자로 선착순 마감되었음을 안내해드린다'는 문구와 추가 사전예약 재개를 알리는 문구가 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사이트(https://ncvr.kdca.go.kr)에 '얀센 백신 예약이 6월 1일자로 선착순 마감되었음을 안내해드린다'는 문구와 추가 사전예약 재개를 알리는 문구가 떠 있다. 연합뉴스

그럼 30대가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 의지가 낮은 이유는 뭘까.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 수용성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경우 코로나19 위험성을 인식하는데 젊은 층은 치명률이 높지 않아 백신 접종에 대한 의지가 낮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얀센 백신의 사전 예약자가 하루 만에 60만을 넘어선 것을 언급하며 “백신 접종 의지를 충분히 고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얀센 백신 사전예약자가 많은 건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어떤 백신이든 대략 30%는 무슨 말을 해도 맞을 사람이고 또 다른 30%는 무슨 말을 해도 안 맞을 사람들로 볼 수 있다”며 “100만명을 채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대가 접종을 머뭇거리는 이유에는 AZ 백신의 희귀혈전 우려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2분기 일반 성인에 대한 접종이 본격화되면 이런 기피 현상이 커질 수 있다”며 “희귀혈전 발생 가능성이 있는 30~40대 젊은 층의 경우 화이자를 먼저 접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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