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 '빅픽처'는 연내 김정은 방남? 한미 공동성명 뜯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지난달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 들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가에선 한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조 바이든 정부를 향해 적극 설득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ㆍ미 정상회담 실무협의를 진행하며 공동성명 문안을 사전에 작성하는 과정에서 공을 들였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설득했던 내용은 ①‘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이라 삼고 있는 싱가포르 선언 확인 ②대북 인권특사 임명에 앞서 대북특별대표 임명 ③대북제재 완화 등 이른바 3단계 접근법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ㆍ미 싱가포르 공동선언(2018년)을 거론했고, 또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성 김 필리핀 대사를 대북특별대표에 임명했음을 공개했다. 이를 놓고 한국 정부의 대미 설득 노력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단 제재완화를 놓곤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미국의 입장이 완강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회담 전 실무접촉에서 대부분 합의를 이룬 내용을 정상들이 확인한 결과물”이라며 “공동성명에 북한 부분이 9개 들어가 있는데 북한과 협상 경험이 많은 한국 정부의 설득이 많은 부분에서 먹혔다”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상반기 중, 즉 이달 안에 북한을 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되면 남북관계에 어떤 변수가 다시 생길지 걱정된다”며 “상반기 중 중요한 정세의 모멘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제는 내적 고심을 마무리하고 대화와 평화의 시계를 앞당기기 위한 장으로 나올 것을 기대한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이를 놓고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북한을 움직여 하반기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남까지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위기를 잠재우고 평화를 유지시켰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만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진전에 전력을 다해 ‘평화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2007년 10월 정권 말기에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이 후속 조치로 이어지지 않은 경험을 했던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또 비핵화의 방식과 대가를 놓고 북한과 ‘선(先)행동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미국이 인도적 지원 외에 실질적인 제재 완화를 먼저 해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이때문에 김 위원장 방남이나 남북 정상회담은 사실상 미국이 키를 쥐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