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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3분 만에 김오수 단독 채택…그 뒤엔 박주민의 기습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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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채택했다. 이로써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되는 33번째 장관급 이상 인사가 될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 박주민 위줜장 직무대리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2021.5.31 오종택 기자

국회 법사위 박주민 위줜장 직무대리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2021.5.31 오종택 기자

3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당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 의결했다. 개의부터 산회까지 3분밖에 걸리지 않은, 속전속결 의결이었다.

野 “민주당 ‘의회독재’ 정수”

야당 법사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야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과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여당의 단독 채택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가 제대로 끝나지도 않았는데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며 “민주당의 일방적 행태는 ‘오만’과 ‘독선’을 넘어 ‘의회독재’의 정수를 보여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관련 의혹 등을 열거하며 “김 후보자는 이미 정치적 중립성‧도덕성과 자질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민주당은 이런 ‘부적격’ 후보자를 검찰총장에 임명하기 위해 청문회에서 이전투구식 진흙탕 전술을 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6일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전관예우 의혹’을 끄집어낸 것을 계기로 막말 공방이 이어진 끝에 파행됐다. 이후 국민의힘은 파행의 원인이 김 의원에 있다며 청문회 재개를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재개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오후 청문회 속계에 앞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오후 청문회 속계에 앞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시한(31일)을 맞추기 위해 전날(30일)부터 발빠르게 움직였다. 국민의힘 조수진 법사위원은 30일 페이스북에 “오늘 오후 6시쯤, 박 의원이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오전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며 “김 의원은 여야가 일정을 합의해 재보충 질의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으나 박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법사위 개회 결정도 당일 오전 급박하게 이뤄졌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만난 기자들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법사위 전체회의를 개회한다는 것을 오전 9시가 조금 넘었을 때 일방적인 문자를 통해 확인했다”며 “박 의원은 우리가 청문회를 다시 하자고 주장했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청문회를 다시 하잔 게 아니고 예정돼있던 보충질의 절차 마무리를 밟아달란 것인데 단호히 거절한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반면, 박주민 의원은 법사위 산회 이후 기자들에게 “다시 인사청문회를 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부득이 오늘 개회했는데 야당이 오시지를 않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도 “우리는 (야당 요구대로) 청문회를 하루 더 하면 보고서 채택에 협력해 줄 것을 제안했으나, 야당은 이에 대한 응답은 전혀 없이 청문회를 재개해야 한다고만 주장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與 “野 어깃장 부리지 말라”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압박하며, 지난 인사청문회 파행을 야당 탓으로 돌렸다. 송영길 대표는 “검찰개혁 후속조치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오늘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정상적인 청문 절차가 파행된 것은 국민의힘도 책임이 크다. 국민의힘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지 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지난주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어깃장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더 이상 어깃장 부리지 말고 보고서 채택에 협조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논평에서 “협치를 통한 민생 입법과 정책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뒤이어 낸 논평에서는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의도적 일방적으로 청문회를 거부했다”며 비판의 화살을 야당에 돌렸다. 한 대변인은 “33번째 청문보고서 단독 채택은 야당이 얼마나 문재인 정부에 비협조적인지를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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