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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수업은 남는 게 없어” 화상수업 창업한 교수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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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장대익 서울대 교수

장대익 서울대 교수

“줌(Zoom) 수업은 전쟁이 났는데 칠판 하나 놓고 야외에서 수업하는 것 같았어요. 끝나고 나면 영상 외엔 남는 게 없어 허무했습니다.”

스타트업 차린 장대익 서울대 교수 #음성 실시간 자동인식, 텍스트 저장 #학생은 필기보다 교수와 소통 집중 #“서울대 강의영상 빅데이터 추진”

장대익(50)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한 학기 동안 줌으로 수업을 하다 창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실시간 화상 수업 플랫폼 스타트업을 차린 후 ‘교수님’이 아닌 ‘네오님’(장 교수의 닉네임)으로 불린다.

지난 28일 경기도 판교 사무실에서 만난 장 교수는 자신의 창업에 대해 “타이밍이 좋았다”고 했다. 대부분이 직장인인 40·50세대를 고려해 온라인 기반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장 교수에게 코로나19 사태는 그 생각을 실행할 계기가 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안식년에 들어간 그는 “교원 창업을 신청했고, 학교 측으로부터 창업을 허가받아 법인을 차렸다”며 “때마침 안식년이 찾아와 창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실시간 비대면 교육 플랫폼 ‘에보클래스’. [사진 장대익 교수]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실시간 비대면 교육 플랫폼 ‘에보클래스’. [사진 장대익 교수]

그렇게 지난 3월 ‘에보클래스’라는 실시간 화상 수업 플랫폼이 탄생했다. 아직 시험용 플랫폼이라 정식 출시까지는 한 달이 남아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장 교수는 학생이 수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에보클래스에 자동 음성 인식 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을 통해 화자의 말이 실시간으로 자막 처리되고, 이는 모두 텍스트로 변환돼 데이터로 저장된다. 그는 “교수님 농담까지 받아적는 학생이 A+ 받는다는 말은 뼈아픈 소리”라며 “받아적는 대신 교수와 눈도 마주치고 몰입하고 소통하자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서울대에서 1학기에 3000개의 수업이 진행되는데 각자 듣는 수업 외에는 전혀 모른다”며 “데이터가 쌓인 뒤 허용하는 교수님에 한해 당시 강의 영상이 공개되면 다른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진화에 관심이 많다는 장 교수는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인지과학자이기도 하다. ‘수업의 진화(Evolution of Class)’를 줄여 플랫폼 이름을 ‘에보클래스’로 지은 것도 진화에 대한 그의 관심 때문이었다. 사무실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darwin 1859’다.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이 1859년에 출간된 것을 의미한다.

장 교수는 “제 인생의 목표는 ‘서울대 교수’가 아니다”며 “그래도 교수를 그만두지 않고 창업을 한 것은 교수로서 교육에 대한 실험과 수업에 대한 고민을 가장 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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