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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단식 열흘 녹색당원···'文 찾아온 북극곰' 영상 비판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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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17일부터 DDP 앞에서 기후단식 중이다. 김정연기자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17일부터 DDP 앞에서 기후단식 중이다. 김정연기자

오는 30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시작될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엔 녹색 천막이 쳐 있다. 천막 옆엔 ‘석탄발전소 때문에 목구멍에 밥이 안 넘어간다’고 적힌 피켓이 놓여있다.

천막 안에 앉은 이은호(32)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은 이곳에서 지난 17일부터 열흘째 ‘기후단식’ 중이다. P4G 주최국인 한국 정부에 해외 건설 중인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3개, 국내 건설 중인 7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17일부터 DDP 앞에서 기후단식 중이다. 김정연기자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17일부터 DDP 앞에서 기후단식 중이다. 김정연기자

단식 8일차인 지난 24일 기자와 만난 이 위원장은 “국가 온실가스배출량을 더 줄여 제출해야 하는 11월 UNCOP(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의까지 기다릴 수 없고,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전에 조금이라도 압력을 전하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국가기후환경회의와 미세먼지특별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 기후·환경 관련 위원회가 통합된 탄소중립위원회는 P4G 회의 하루 전인 29일 출범한다.

"'탄소중립' 한다며 새 화력발전소? 시민 실천보다 정책 변화"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17일부터 DDP 앞에서 기후단식 중이다. 김정연기자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17일부터 DDP 앞에서 기후단식 중이다. 김정연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지난달 기후 정상회의에선 해외 석탄 관련 신규 투자의 중단도 선언했다. 하지만 국내 석탄투자, 국내외에 이미 건설 중인 석탄발전시설의 중단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이 위원장이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즉시 중단’을 내건 이유다.

이 위원장은 “2050년까지 열심히 그린뉴딜로 줄이는 탄소의 양보다 현재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을 탄소가 몇 배 더 많다”고 지적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지어 가동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심지어 경제적으로도 손해"라는 설명이다.

탄소중립의 실현에 정책·제도의 변화 대신 시민 개개인의 노력과 실천을 강조하는 듯한 한국 등 각국 정부의 태도도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정책적‧구조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하는 역할이 훨씬 더 큰데,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데에만 역량을 쏟고 있다”며 “코딱지만 한 땅에 공항을 몇 군데나 더 짓겠다는 논의가 계속되는데, 국민들이 생활 속 실천만 하면 탄소중립이 될 것처럼 현혹한다”고 비판했다.

"기후위기는 사람의 위기, 북극곰 얘기 그만 좀"

북극곰이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고 말한 뒤, '뉴딜'을 외친다. 이후 이 북극곰은 청와대에서 나온 경호차량에서 뻗은 손과 주먹인사를 한다. 청와대가 P4G 정상회의 홍보를 위해 지난 24일 공개한 영상이다. 대한민국청와대 유튜브 캡쳐

북극곰이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고 말한 뒤, '뉴딜'을 외친다. 이후 이 북극곰은 청와대에서 나온 경호차량에서 뻗은 손과 주먹인사를 한다. 청와대가 P4G 정상회의 홍보를 위해 지난 24일 공개한 영상이다. 대한민국청와대 유튜브 캡쳐

이 위원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P4G 정상회의를 앞두고 청와대가 공개한 영상을 들었다. 해당 영상은 북극곰이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가는 설정이다.

이 위원장은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 북극곰의 이미지를 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의도와 상관없이 기후 위기를 먼 나라의 일, 남의 일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여름마다 폭염, 장마를 겪고 있다. 기후 위기는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했다.

그는 “P4G와 같은 국제행사를 치르는 거로도 탄소중립이 이뤄질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천이 없으면 이것도 사기극에 불과하다”며 “권력 있는 사람들이 선도적으로 바꾸라고 권력을 만들어 준 건데, 시민 탓 좀 그만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호 위원장이 단식을 시작한 뒤 읽은 그레타 툰베리의 어머니가 쓴 책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이 위원장은 일부를 가리키며 "2019년 책에 쓰인 상황이 2021년 한국 상황이랑 똑같다. 하나만 하든지, 아니면 제대로 하든지 해야 하는데"라고 덧붙였다. 책에 쓰인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레타는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신문을 읽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떤 날은 달성해야 할 기후 목표를 제시하더니 다른 날은 비행장을 확장해서 승객을 세 배로 늘리고 친환경 고속도로를 건설해야한다는 식이네요. 다들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말하잖아요. 모두가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사람들 같아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 김정연 기자

이은호 위원장이 단식을 시작한 뒤 읽은 그레타 툰베리의 어머니가 쓴 책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이 위원장은 일부를 가리키며 "2019년 책에 쓰인 상황이 2021년 한국 상황이랑 똑같다. 하나만 하든지, 아니면 제대로 하든지 해야 하는데"라고 덧붙였다. 책에 쓰인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레타는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신문을 읽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떤 날은 달성해야 할 기후 목표를 제시하더니 다른 날은 비행장을 확장해서 승객을 세 배로 늘리고 친환경 고속도로를 건설해야한다는 식이네요. 다들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말하잖아요. 모두가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사람들 같아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 김정연 기자

P4G 개최를 앞두고 국내 환경단체들도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탄소중립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지난 24일 "대한민국의 P4G 개최가 부끄럽다"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P4G의 개막에 맞춰 30일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은 청와대가 응답해야 할 문제”라며 "P4G 회의의 결과를 보고 단식 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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