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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격선수권 금 … 손혜경, 꼬리 무는 불운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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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잇따른 불운을 딛고 여자 나이 서른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손혜경(30.창원경륜공단.사진)은 1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벌어진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여자 더블트랩(발밑에서 2개의 접시가 나오는 종목) 개인전에서 106점(120점 만점)으로 중국의 유루시앙(104점)을 2점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 클레이 종목(날아가는 접시를 쏘는 경기) 금메달은 한국 사격 사상 처음이다. 4년 전에는 남자 권총에서 박병택이 금메달을 딴 적이 있다.

여자 더블트랩은 아테네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17명이 출전해 결선 없이 예선 성적만으로 순위를 가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인 이보나(25.상무)는 103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혜경의 금메달은 겹친 불운을 떨쳐내고 얻어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손혜경은 국내 10명 남짓한 여자 클레이 선수 중에서도 터줏대감이다.

1994년 부산 혜화여고 3학년 때 국가대표에 뽑힌 손혜경은 96년 더블트랩 한국신기록(111점)을 세웠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스키트(좌우 발사대에서 접시가 나오는 종목)에서 개인.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손혜경은 아테네 올림픽 선발전에서 후배 이보나에게 밀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아버지의 사업이 급격히 기울면서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겨우 마음을 잡고 훈련에 매진하던 지난해 5월에는 산악훈련 중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95년에는 실명의 위기도 겪었다. 훈련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접시 파편에 맞아 눈을 심하게 다친 것이다.

수술한 뒤 출혈을 막기 위해 일주일간 앉아 잠을 자야 할 정도로 고통을 겪었지만 보란 듯 재기했다.

손혜경은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는 더블트랩과 스키트에서 동시에 메달을 겨냥하고, 내년부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목표로 스키트에 집중할 생각이다.

김관용 창원경륜공단 감독은 "손혜경은 승부 근성이 남다르고 집중력도 뛰어난 선수"라며 "큰 대회에 강한 만큼 베이징 올림픽 스키트 종목에서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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