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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성폭력 폭로자 "없던 일로 해달라는 연락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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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FC서울·32)의 초등학교 시절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후배 A(31)씨. 연합뉴스

기성용(FC서울·32)의 초등학교 시절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후배 A(31)씨. 연합뉴스

서울FC 소속 프로 축구선수 기성용(32) 선수로부터 초등학교 시절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가 기씨로부터 고소를 당한 A씨(31)가 경찰에 나와 첫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자신의 폭로 뒤 기씨로부터 '없던 일로 해달라'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4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오후 2시부터 A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A씨는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폭로 이후 기씨 측에서 사과하겠다며 폭로한 내용이 '오보'라는 기사가 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부탁이 왔다"고 주장했다.

기씨 측이 다른 후배를 통해 자신에게 이같은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다. 기씨 측이 폭로 내용을 인정하는 한편, 과거 사건에 대한 폭로를 없던 일로 해 달라는 취지의 연락이라고 A씨는 주장했다.

또 20여년 전 일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A씨는 "배구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을 폭로한 분들이 용기를 낸 것처럼 저희도 용기를 냈다"며 "(기씨가)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한 만큼 누구 이야기가 진실인지 경찰이 공정히 수사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용기를 내서 폭로한 이후 과정이 이렇게 힘들어질 줄 몰랐다"며 "그분은 정말로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 건지 궁금하고, 20년 동안 제 친구와 제가 이상한 사람이 돼서 계속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싶기도 해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사과만 했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금전적 보상은 전혀 원치 않는다. 저나 다른 피해자 모두 돈을 벌 만큼 벌고 있고, 돈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들도 수임료를 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A씨 등 2명은 2000년 1∼6월 기씨와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A씨 등과 기씨 등은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했다.

A씨의 이러한 주장이 나오자 기씨 측은 결백을 주장하며 지난 3월 A씨 등을 경찰에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기씨는 지난 3월 31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인 자격으로 약 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는 당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수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주실 거라 믿고 있다"고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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