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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수사 없는 금융범죄 협력단?"…마지막 합수단장의 일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융·증권 범죄 대응기구 모색"

법무부가 최근 검토하는 검찰청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검에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 생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4일 과천청사 출근길에서 "과거 증권범죄합수단의 부활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수사 필요성이나 검·경 간 유기적 협력을 고려해 금융·증권 범죄 대응기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협력단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전문인력과 협력해 대응하는 구조로 예상한다.

"직접수사 연계 안 된 협력은 지금도 한다" 

마지막 합수단장을 지낸 김영기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합수단의 장점은 치고 빠지는 증권 범죄에 유관기관들이 모여 즉각 대응했다는 점이다. 직접 수사와 연계되는 구조"라면서 "수사구조 개혁 틀 안에서 협력단을 하는 건 금조부 수사를 지원하는 방향인 것 같은데, 직접 수사와 바로 연계되지 않은 협력은 지금도 하고 있다. 굳이 협력단을 설치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 [뉴스1]

서울남부지검 [뉴스1]

김 변호사는 "합수단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 의견 모두 내부에 있었을 것이다. 폐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패를 자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안팎에서 나오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처리 줄어…암호 화폐 사기 수사도 문제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합수단이 사라지자 검찰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처리와 기소 비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2018년 76건을 접수해 63건을 처리하고 41건을 재판에 넘겼지만, 2020년에는 58건을 접수해 8건을 처리했고 3건을 재판에 넘기는 데 그쳤다.

지난해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서민 다중 피해 사건인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잇따르면서 금융 범죄 대응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뉴스1]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뉴스1]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금감원 특사경은 여전히 검사 지휘를 받고 있다"면서 "부활 의지 자체는 좋은데 법무부 추진 방향이 과연 제대로 대응할 역량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암호 화폐가 난리인데 이런 붐을 이용해 과거 펀드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금융 사기를 치는 세력들이 있을 것이다. 고도화된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사 역량을 고도화·집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합수단을 폐지한 이후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자본시장에 대한 감시가 취약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계속됐다. 지난 12일 박 장관은 "주가 조작 등 여러 자본시장법 위반 사례가 염려된다"며 합수단과 유사한 기능을 다시 만들 뜻을 내비쳤다. 이에 추 전 장관은 SNS를 통해 "금융을 잘 아는 죄수를 활용해 불법 수사하는 곳이었다"면서 "권력형 범죄 중 초대형 부패 경제사범을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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