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태균기자의약선] 달콤새콤 항생제 계피

중앙일보

입력

감초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한약재 계피(桂皮). 이름대로 계피나무의 얇은 껍질이다. 중국산.실론(스리랑카)산이 유명하다. 서양에선 이 중 실론산을 '진짜 계피'(true cinnamon)라고 부른다. 실론산은 맛이 달고 색이 밝은 편이다. 반면 중국산은 한약 냄새가 강하고 값이 싸다. 우리나라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 재배해 유통 중인 계피의 주류도 중국산이다.

계피는 달고 신맛과 향기를 지닌 인류의 가장 오래된 향신료 중 하나. 단 음식에 넣으면 단맛을 더 높인다. 설탕이 든 케이크.푸딩.쿠키나 사과잼에 계피 분말을 뿌리는 이유다. 수정과도 설탕과 계피가 주원료다. 과거 서양에선 계피가 '사랑의 징표'로 쓰였다. 달콤함을 사랑으로 해석한 것이다.

대표적인 약효는 항균 효과다. 계피에 든 향기 성분이 마치 항생제처럼 해로운 세균을 죽인다. 때문에 충치 예방에 흔히 활용한다. 계피 용액 반 숟갈을 따뜻한 물에 타서 양치질하면 충치균은 물론 입냄새까지 없앨 수 있다. 자연의학에선 질 세척제로 계피 우린 물을 처방한다. 계피 조각 8~10개를 끓인 물(4컵)에 넣고 다시 약한 불에서 5분가량 끓인 뒤 불을 끄고 45분간 우려내 쓴다(전주대 대체의학대학원 오홍근 교수). 위궤양.위암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균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병원성 대장균 O-157 등을 죽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과주스에 계핏가루를 뿌리는 것은 단맛은 높이고 식중독균은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곰팡이를 없애는 효과도 알려져 있다. 가장 위험한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간암 유발)이 계피나 건포도가 든 빵엔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살충 작용도 한다. 동의보감엔 계핏가루를 태우면 모기가 달아난다고 돼 있다. 계피의 향기 성분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집먼지 진드기 등을 죽이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계피는 감기 등 가벼운 질환을 치유하는 데도 유용하다. 감기로 열이 나고 코가 막혔을 경우 계피 우린 물을 서너 시간마다 반 컵씩 마시면 효과가 있다. 물(2컵).계피(1조각).정향을 넣고 서서히 끓인다. 불을 끄고 레몬주스(2숟갈).꿀(1숟갈).위스키(2 숟갈)를 넣고 잘 저은 뒤 다시 20분가량 우려내 마신다. 한방에선 콧물.재채기 감기 환자에게 권장한다. 계피가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누런 콧물.가래가 나는 사람에겐 섭취를 삼가게 한다. 몸에 열이 있는 상태에서 열성 식품인 계피는 금물이다(경희대 한방병원 한방내과 정희재 교수).

위산 과다로 속이 쓰리거나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힐 때도 계피.생강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손발이나 속이 차서 소화가 안 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계피.생강차는 막대계피(10g).생강(20g).물(800㎖)을 차관에 넣고 끓인 뒤 다시 약한 불로 은근하게 줄여 만든다. 건더기는 걸러내고 꿀.잣.채를 썬 대추를 띄워 마신다. 생강가루와 계핏가루를 5대 1의 비율로 섞어 만드는 방법도 있다.

아랫배가 찬 여성에게 유용한 육계(肉桂)는 계피의 한방명이다. 갱년기 장애나 생리불순이 있는 여성에겐 계피 두유가 유익하다. 계피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두유는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보충해 준다(콩엔 아이소플라본이란 여성호르몬 유사물질이 들어 있다). 두유를 끓기 직전까지 가열한 뒤 여기에 계핏가루나 막대 계피를 넣어 만든 것이 계피 두유다.

계피는 분말.막대(스틱, 계피 원형).계피 설탕(계피와 설탕을 혼합한 분말)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유분이 많고 향기가 강하며 씹었을 때 단맛과 자극적인 신맛이 나는 것이 상품이다. 일부 예민한 사람에겐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