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사회적 지위와 상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더 빨리 늙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 소재 세인트토머스 병원의 팀 스펙터 교수는 의학저널 '노화 세포'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전자, 건강, 식습관, 흡연 등과 상관없이 사회계급이 노화를 결정짓는 중요 인자이며, 낮은 사회적 지위는 노화 과정을 7년쯤 앞당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펙터 교수는 미국의 연구진과 함께 평균 46세 여성 1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관계를 가진 텔로미어라고 불리는 DNA 조각을 분석했다. 염색체의 손상을 막아주는 텔로미어는 사람들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길이가 점점 짧아지며, 텔로미어가 짧을수록 세포는 손상과 죽음에 취약한 상태가 돼 질병과 노화의 원인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상층 사회계급인 정신 노동자 집단 여성들의 텔로미어 길이가 하층 사회계급인 육체노동자로 분류되는 여성들에 비해 눈에 띄게 길었다고 말했다. 길이의 차이는 생물학적 연령으로 7년에 상당하는 분량이었다.

혹시 유전자 차이가 아닐까 의심한 연구진이 일란성 쌍둥이 17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계급간 텔로미어 길이의 차이는 더 심했다. 상층 사회계급 여성의 텔로미어 길이가 하층 사회계급 쌍둥이 여성에 비해 생물학적 나이 9년에 해당되는 만큼 더 길었다.

스펙터 교수는 "사회계급이 건강과 노화 관련 질병에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노화 과정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펙터 교수는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있는 여성이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와 상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펙터 교수는 "직업이 주는 스트레스, 노력과 보상 사이 불균형, 낮은 자부심, 자신의 인생에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너무나 많다는 심리적 압박감 같은 요인들이 아마도 우리가 과거 인식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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