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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나무 30억그루 베어낸다" 이 보도의 오해와 진실[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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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채된 목재 [연합뉴스]

벌채된 목재 [연합뉴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무참하게 벌목되는 산림 현장이 소개되면서 산림청의 산림 관리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산림청은 사유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 산림청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산림청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강찬수의 에코파일] #CO2 흡수 위한 산림관리보다 #지역 기후위기 방지 수단돼야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탄소 중립 선언에 대한 비판까지 엮이면서 논란은 쉽게 식지 않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밝힌 것으로 재생에너지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나머지 배출되는 양은 산림을 통해 흡수해 온실가스 순(純)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산림 관리를 통해 담당하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과도하게 잡은 것은 아닌가, 또 기후변화 방지를 핑계로 민간 산주에게 대대적인 벌목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강찬수의 에코파일, 산림 벌목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정리했다.

왜 산림 관리가 논란인가

지난 1월 20일 당시 박종호 산림청장이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산림청 제공)

지난 1월 20일 당시 박종호 산림청장이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산림청 제공)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의 탄소 중립 선언이 있었고, 올해 초 산림청장이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18년 기준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CO2) 흡수량은 4560만 톤으로 국가 총배출량의 6.3%를 흡수·상쇄하고 있는데, 산림의 노령화로 인해 2050년에는 1400만 톤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흡수력이 떨어지는 나이 많은 나무를 베어내고, 향후 30년간 30억 그루 나무를 심겠다고 밝혔다.
국내 산림에 26억 그루, 도시 숲 가꾸기에 1억 그루, 북한에 3억 그루를 심겠다는 것이다.

4월 5일 식목일을 전후해 일부 방송에서는 산림청의 이 같은 계획을 보도했다.
현재 20년이 넘은 나무가 70% 이상이고, 2050년에는 이들 나무 나이가 50년을 넘기게 돼 온실가스 흡수량이 3분의 1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런 발표와 보도는 “산림청이 30억 그루를 베어낸다” 또는 “전국 나무의 70%를 베어낸다”는 식으로 와전됐다.

대표적으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환경운동연합이 낸 보도자료 소제목에는 “산림청,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으로 전 국토 72% 산림 벌목 계획”이라고 돼 있었다.
환경연합은 “국립공원과 보호지역에 있는 숲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벌어지자 산림청은 30억 그루를 심는 것이지, 30억 그루를 베어내는 것이 아니고, 실제 베어내는 것은 30년 동안 3억 그루라고 반박했다.

3억 그루 베는 것은 적절한가

지난해 5월 27일 최병암 산림청 차장(왼쪽, 현 산림청장)이 27일 충북 괴산군 산림바이오메스(목재펠릿 및 칩) 생산 기업을 방문, 김종원 풍림 부사장과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산림청 제공)

지난해 5월 27일 최병암 산림청 차장(왼쪽, 현 산림청장)이 27일 충북 괴산군 산림바이오메스(목재펠릿 및 칩) 생산 기업을 방문, 김종원 풍림 부사장과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산림청 제공)

지난 12일 환경연합은 “산림청이 30년간 26억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은 경제림의 40%를 차지하는 90만ha에서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고 새로 어린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다시 지적했다.

산림청은 “90만㏊는 전국 산림 630만㏊의 약 14%에 해당하고, 연평균 3만㏊(전체의 0.5%)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독일의 경우 연간 벌채 비율이 2.6%, 스위스 2.4%, 오스트리아 2%와 비교해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전국 경제림이 234만㏊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연간 3만㏊면 전체 목재를 수확하는 데 78년이 걸리기 때문에 과다한 벌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기후환경학과 이우균 교수(전 한국기후변화학회장)도 “현재 연간 2만4000㏊ 정도 벌채하고 있는데, 연간 3만㏊까지 늘려도 큰 문제가 없다고 분석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3억 그루 벌목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자 지난달 산림청에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이달 초 산림청도 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에 따라 3억 그루를 벌목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는 이 협의체 논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30년 이상 된 나무는 베야 하나

최병암 산림청장(가운데)이 19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벌채 현장을 찾아 제천시 관계자들과 현장을 둘러보며 벌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산림청 제공)

최병암 산림청장(가운데)이 19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벌채 현장을 찾아 제천시 관계자들과 현장을 둘러보며 벌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산림청 제공)

식목일을 전후해 일부 방송에서는 30년 이상 된 나무는 CO2 흡수력이 떨어져 아예 베어내고 어린나무를 심어야 CO2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방송에서 인용한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침엽수림의 CO2 흡수량은 10년일 때 ㏊당 5.6톤, 20년일 때 10.2톤으로 증가하지만, 30년이 되면 9톤, 40년이면 6.1톤, 50년이면 3.7톤으로 감소한다.
또, 활엽수림의 CO2 흡수량도 10년일 때 ㏊당 6.8톤, 20년일 때 13톤으로 증가했다가 30년일 때는 11.8톤, 40년일 때는 8.2톤, 50년일 때 5.1톤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30년 이상 되면 숲의 CO2 흡수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흡수를 늘리려면 새로 심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는 “(잣나무를 제외하고는) 현장에서 30년 이상 된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30년 이후 오히려 나이테가 더 넓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30년 이상 지나도 나무가 더 활발하게 자란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등에서는 산림청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벌목을 위해 거짓 데이터를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산림청은 “나무 한 그루만 따진다면 (30년이 지나도) 특정 나이까지 계속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산림청에서 말하는 것은 개별 나무가 아닌 단위면적당 숲 전체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숲이 자라면서 큰 나무로 자라지만 나무 숫자 자체는 줄기 때문에 흡수량도 준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동양대 산림비즈니스학과 신준환 초빙교수는 “나무 한 그루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 면적 단위로 봐야 한다”며 “㏊당 큰 나무 몇 그루 있는 것하고, ㏊당 작은 나무 수천 그루가 있는 것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2년 11월 14일 산림청이 기자 브리핑에서 발표한 ‘산림 탄소흡수량 국가 표준 개발’ 자료에도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개별 나무는 40년, 50년까지도 CO2 흡수량이 늘어나지만, 숲 전체로는 30년이면 줄어든다는 것이다.

2012년에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면, 적어도 탄소중립 때문에 급조한 데이터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병성 목사는 “큰 나무가 있는 숲에도 사이사이 작은 나무가 자라기 때문에 온실가스 흡수량이 작은 나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산림청 분석보다 실제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이 “30년 숲이 벌써 노쇠해진다”는 데 대해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어린나무 흡수 많이 한다는 외국 연구결과 있나

지난달 23일 오전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일대에서 열린 국민참여 탄소중립 숲 조성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산벚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오전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일대에서 열린 국민참여 탄소중립 숲 조성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산벚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뉴스1

2014년 3월 네이처(Nature)에 실린 논문에서는 “전 세계 열대 및 온대 나무 403종에 대한 분석 결과, 대부분의 종에서 나무 크기에 따라 질량 증가율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크고 오래된 나무는 단순히 탄소 저장소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나무에 비해 많은 양의 탄소를 적극적으로 고정한다는 것이다.

외국에도 어린 숲이 더 많은 CO2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지난 2019년 영국 버밍햄 산림연구소 연구원들은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1981~2010년 전 세계 산림 데이터를 보면 어린 숲에서 더 많은 CO2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새로 벌채된 지역은 개방적인 환경이어서 빠르게 성장하는 종이 쉽게 점령하기 때문이고, 성숙한 나무보다 어린 나무가 공기에서 CO2를 흡수해 더 빨리 몸체(바이오매스)를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밍햄 연구팀이 어린 숲으로 간주한 기준은 140년 미만이었다. 산림청의 기준인 30년과는 큰 차이가 있다.

네이처 논문이나 PNAS 논문도 산림청 주장을 완전히 반박하지도, 뒷받침하지도 않는 셈이다.

결국 30년 벌목 기준이 적절한 것인지도 환경부가 제안한 민관협의체에서 검증해야 할 숙제인 셈이다.

무분별한 벌목에 산림청 책임은 없나.

지난달 11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굴착기가 전도되어 옆으로 넘어져 있다. 연합뉴스(서산소방서 제공)

지난달 11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굴착기가 전도되어 옆으로 넘어져 있다. 연합뉴스(서산소방서 제공)

굴착기가 뒤집으면서 하나도 남김없이 나무를 베어버린 산지.

산림청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벌목 현장이 사유림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전문가들도 사유림에서는 벌목을 진행하면서 비용을 낮추기 위해 산림 생태계 보호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병암 산림청장은 “일부 언론에서 사진으로 나온 벌목 현장은 서류를 확인하고, 현장도 가 본 결과, 목재산업의 공급을 위한 합법적인 임업 경영 활동으로 확인됐다”며 “(산림청이) 탄소 중립을 위해 벌목을 많이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벌목을 허가한 것이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탄소 중립 관련 계획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허가한 것이라도, 무분별한 벌목이 진행된 데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관리 책임을 지적하는 전문가들 지적이 많다.
중간마다 띠 모양으로 숲을 일부 남겨놓도록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완전히 벌목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17일 최 산림청장은 “목재 수확지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은 보다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도록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5년간 지자체에서 허가한 5㏊ 이상의 산림 벌채지에 대해 전수 조사하고, 사전 점검과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이우균 교수는 “국내 산림경영이 현장에서는 지속 가능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보호지역은 물론 경제림 등에서도 생태계 훼손이 최소화되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목 막는 게 능사인가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열린 산림청 벌목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산림청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열린 산림청 벌목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산림청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목재 자급은 15%에 불과하고, 8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 해외 열대림에서 벌채한 목재를 위주로 수입했지만, 최근에는 뉴질랜드나 캐나다 등으로 다변화했다.

지구적 차원에서 본다면 해외에서 목재를 다량 수입하는 것은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목재소비량을 줄여야 하겠지만, 국내 공급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벌목은 필요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200만 산주 가운데는 30~40년 동안 벌채를 못 하고 묶여 있는 경우도 많아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신준환 동양대 교수는 “산주도 재산권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산주라고 해서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대신 사회가 산림을 지키는 산주에게 무엇을 보상하는가 따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우균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맞다”며 “나무는 생장기-성숙기-쇠퇴기를 거치는데, 쇠퇴기의 나무는 고산 침엽수종의 고사 현상에서 보듯이 병해충이나 이상기후 등 위험에 약하기 때문에 산림경영 측면에서는 벌채해서 목제품으로 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과 산림 훼손 관련 있나

지난 1월 18일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원들이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8일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원들이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산림 벌목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미 제5차 산림기본계획(2008~2017년)에도 "신규 조림, 재조림, 산림경영 활동을 통해 탄소 흡수원 확충"이 포함돼 있었다.
이 기간 중에 365만ha를 대상으로 숲가꾸기를 실시, CO2를 2200만 톤 흡수할 수 있는 잠재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탈원전 정책 이전부터 정부가 산림을 통해 CO2를 흡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탓에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 부문에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과도하게 지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피하기 어렵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산림은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6.3%인 4560만 톤을 흡수·상쇄한다.
산림청은 현재 추세라면 숲이 노쇠해 2050년에는 산림의 흡수량이 1400만 톤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2018년에 문재인 정부가 수정한 ‘2030년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준으로 하면, 10년 뒤 산림 부문에서 지금보다 CO2 2210만 톤을 더 흡수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더욱이 2050년 탄소중립까지 달성하려면, 산림 흡수량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원전 찬성론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상황이 어렵게 됐고, 산림 파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원전을 대신하려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지만, 태양광·풍력 확대가 또 다른 산림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역시 쉽지 않다.

이우균 교수는 “탄소중립은 당연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우선을 두어야 하고, 감축하지 못한 부분을 산림이 채우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며 “정부 전략도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산림 바이오에너지 활용 문제 없나

목재 펠릿 모습. 산림청

목재 펠릿 모습. 산림청

벌목한 산림은 목재로 사용하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

건축 자재 등으로 30년 이상 사용된다면 목재가 탄소를 저장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면적 10만㎡의 목재 건축을 조성하면 이산화탄소 4만 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또 목재를 펠릿으로 만들어 연료로 사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목재 펠릿 1톤을 활용하면 CO2 1.37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IPCC 계산에서는 벌채하면 일단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사용하면 화석연료를 대체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산업혁명 전에, 석탄을 사용하기 전엔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았다”고 말한다.

바이오매스를 많이 쓰면 화석연료를 덜 사용하게 돼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게 탄소 순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목재를 태우면 석탄보다 더 많은 CO2를 배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 나오는 평균 CO2 배출량은 1TJ(테라줄) 당 112 톤으로 석탄 중 가장 오염물질 배출이 심한 역청탄(94.6톤)이나 원유(73.3톤)보다 많다.

목재를 베고 나무를 심더라도 바이오매스 사용에서 배출된 CO2를 흡수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지난 2018년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MIT 슬론 경영대학원 연구팀은 “목재의 연소 효율은 석탄보다 적기 때문에 목재를 석탄으로 대체할 경우 당장 석탄보다 대기 중 CO2를 높이고, 산림 유형에 따라 이 늘어난 탄소를 회수하는 데 44~104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산림청 주장대로 30년 마다 나무를 벤다면, 바이오매스를 태워 대기 중으로 나간 CO2를 다 흡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2018년 IPCC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로 바이오에너지-탄소 포집·저장(BECCS) 기술을 제시했다.

아직 실용화까지 갈 길이 먼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산림 바이오에너지가 대기 중 CO2를 흡수하는 ‘좋은 기술’이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온실가스 흡수만 숲 기능의 전부인가

지난해 11월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열린 '사려니 숲에서 힐링으로 숨 쉬다'를 주제로 한 국제 아로마 페어에서 참가자들이 숲속 '치유 요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열린 '사려니 숲에서 힐링으로 숨 쉬다'를 주제로 한 국제 아로마 페어에서 참가자들이 숲속 '치유 요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산림과학원도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수자원 저장 공급 ▶수질 정화 ▶토사 유출 방지 ▶산사태 방지 ▶온실가스 흡수 ▶대기오염 개선 ▶산소 생산 ▶산림 휴양 ▶산림 치유 ▶생물 다양성 보전 ▶산림경관 ▶열섬 현상 완화 등 12개 기능으로 나눠 평가한다.
온실가스 흡수는 이들 12개 기능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흡수 목적으로 지나치게 산림을 관리할 경우 자칫 다른 기능/서비스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월 이우균 교수 등은 ‘지역 환경 변화(Regional Environmental Change)’ 국제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현재 수준의 연간 벌채 면적과 ‘6차 산림 기본계획(2018~2037)’에 제시된 연간 벌채 면적을 반영한 시뮬레이션 전망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40년대를 기준으로 현재보다 탄소흡수는 14.7%, 목재 생산 서비스는 128.2% 증가하지만, 탄소 저장량 자체는 11.6% 감소하고, 휴양서비스도 13.5%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8년 10월 네덜란드·독일 등 유럽 연구팀은 네이처에 기고한 논문에서 “파리 기후협정이 CO2 흡수를 위한 산림 관리를 장려하지만, 정작 CO2 흡수만 목표로 한다면 지표면 기온 하강이나 강수량 유지 등은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기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산림을 관리하면, CO2도 흡수할 수 있어 두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연구팀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유럽에서 산림 관리의 주요 역할은 기후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산불과 병해충, 가뭄 피해를 피하면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산림을 미래 기후에 적응시키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연구팀도 지난해 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중국 남부지역에서 새로 나무를 심은 지역에서 CO2 흡수가 많이 증가했지만, 산림에 CO2를 저장하는 것은 엄청난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위적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실행 가능한 전략이 아니다”고 밝혔다.

산림청이 5월의 국유림 명품 숲으로 경북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 일대 청옥산 생태경영 숲을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해발 1천277m의 청옥산은 백두대간에서 가지 쳐 나간 산자락이 봉화군에서 치솟아 산세가 험한 오지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청옥산 자작나무 숲길. 연합뉴스(산림청 제공)

산림청이 5월의 국유림 명품 숲으로 경북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 일대 청옥산 생태경영 숲을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해발 1천277m의 청옥산은 백두대간에서 가지 쳐 나간 산자락이 봉화군에서 치솟아 산세가 험한 오지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청옥산 자작나무 숲길. 연합뉴스(산림청 제공)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2060년 한반도 소나무가 사라지는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해 수종 갱신하고 활엽수림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새로 조림하려면 병해충·산사태·산불 발생지역이나 버려진 초지나 채석장, 폐석회광산 지역 등이 대상이 돼야 하고, 국토 복원 차원에서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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