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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쿼드 확대계획 없다"…정상회담 전 한국 배려? 몸값 높히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백악관이 기존의 쿼드(Quadㆍ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협의체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에 쿼드 참여를 압박하는 대신, 백신ㆍ반도체 등 글로벌 현안에서 쿼드가 논의를 주도하며 한국 스스로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지난 2014년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JCSIC포럼 참석 당시 모습. 김상선 기자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지난 2014년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JCSIC포럼 참석 당시 모습. 김상선 기자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1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쿼드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캠벨 조정관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해 '아시아 차르'로도 불린다. 그는 이어 "미국ㆍ호주ㆍ인도ㆍ일본의 쿼드는 민주주의가 각국 국민과 더 넓은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함께 내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설립됐다"며 "(쿼드가 4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확대한다면) 이름을 바꿔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아시아 차르 "현재 확대 계획 없어" #공식 제안 대신 자발적 동참 유도 전략 #기존 4개국 우선 원칙...일본 변수도

오는 21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 고위 인사가 직접 이번 회담에서 쿼드 문제를 부각하지 않겠다고 확인한 셈이다. 동맹을 배려한 발언으로도 풀이되는데, 정부로선 한국이 당장 쿼드 문제와 관련해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여론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국의 쿼드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미국으로부터 쿼드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또 한ㆍ미 정상회담 의제에 쿼드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제는 쿼드에 대한 미국의 요청이 없는 걸 다행으로 여길 게 아니라 한국이 먼저 나서서 쿼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백신ㆍ반도체 등 전략물자의 수급 구조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쿼드라는 개념을 처음 공식화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을 위한 군사ㆍ안보 협의체로서의 성격을 의도적으로 부각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은 다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쿼드 정상회의를 열고 백신ㆍ신기술ㆍ기후변화 등 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출범하기로 했다. 속내는 마찬가지로 중국 견제이지만, 대놓고 압박하기보다는 글로벌 핵심 이슈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종의 기득권 그룹처럼 쿼드를 운영해 결국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2일(현지시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쿼드 첫 정상회의를 개최한 모습.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2일(현지시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쿼드 첫 정상회의를 개최한 모습. [AFP=연합뉴스]

이처럼 4개국 중심의 협력이라는 쿼드 본연의 정체성이 공고해지고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진입장벽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국장은 7일 학술행사에서 “꼭 쿼드를 확장하는 형식이 아니라 특정 워킹 그룹에서 특정 활동을 하는 형태로 참여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협력의 문은 열어놓는다는 취지인데, 동시에 이는 미국이 이미 한국과 쿼드 간 협력의 밀도나 범위를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명분은 '동맹에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쿼드가 강력해질 수록 미국도 '추가 참여가 없더라도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했던 쿼드 4개국에 한국ㆍ베트남ㆍ뉴질랜드 등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이 주최한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이 주최한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또 미국으로선 쿼드에 이미 들어간 기존 국가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한국의 쿼드 참여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일본의 입장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기존에 쿼드에 가입한 4개국끼리도 쿼드 확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쿼드의 정식 멤버가 아닌 옵저버(observer) 자격으로 참여한다면 굳이 막을 이유가 없겠지만, 한ㆍ일이 동등한 지위로 쿼드에 가입하는 건 경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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