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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 혼자 삽니까` 층간 소음 갈등 피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우리 주거 형태에 아파트가 들어온 지 한 세대가 훌쩍 지났다. 이젠 공동주택 생활문화가 자리잡을 법도 한 데 어찌된 일인지 '층간 소음'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 듯하다.

지난 5월 대구에서는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아래.위층 이웃끼리 집단난투극을 벌여 코뼈가 내려앉고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났을 정도다.

최근 지은 아파트들이 부실공사여서 그렇다는 둥, 바닥에 소음을 흡수하는 장판류 대신 나무를 까는 집이 많아져서 그렇다는 둥 해석도 분분하다.

"원수처럼 지내는 윗집 사람들 만날까봐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까지 하는데. 층간 소음 갈등 줄이는 비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 감정을 건드리지 마라

뻔한 얘기지만 이웃끼리 서로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똑같은 소음이라도 미운 사람이 내는 소음이 더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도 하는데, 시끄러운 칵테일 파티장에서도 옆 사람의 목소리를 선택해 들을 수 있듯 인간의 청각은 여러 음원 중 원하는 소리를 선별해 듣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층간 소음도 마찬가지여서 한번 윗집 소리가 귀에 거슬리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작은 소리라도 예민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 아래층에서 조용히 해달라고 항의가 들어올 때 "죄송하다, 조심하겠다"는 뜻을 표해 최대한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사람이 사는데 이 정도 소리도 안 나느냐" "이런 소리 못 견디면 단독주택에서 살아라" 등은 절대 피해야 할 말이다.

집들이를 하거나 아이들 생일잔치를 하는 날엔 미리 이웃에 "시끄러울 것 같다"고 예고를 해주는 것도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다. 소음이 들릴 때 무조건 윗집에서 나는 소리라고 단정지으면 괜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아랫집이나 옆집에서 나는 소리가 윗집 소리처럼 들리는 경우도 많으므로, 항의 역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 우리 집 바닥은 아랫집 천장

공동주택 생활에서는 우리 집 바닥이 아랫집 천장이란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층간 소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 하는 소리는 사람이 걷거나 뛸 때 발생하는 진동 소음이다. 특히 어린아이의 뛰는 소리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아이의 동선에 따라 바닥에 매트를 깔아주면 소음을 줄일 수 있다. 'LG 놀이방매트''새한테크 방음매트' 등이 경험자들이 추천하는 제품이다. 천으로 만든 카펫은 소음차단 효과가 약하다.

의자 끌리는 소리나 문이 쾅 닫히는 소리도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소음이다. 의자 다리 밑에 '소음.흠집 방지 부직포'를, 방문 틀에 '유리 미끄럼 방지용 스티커'나 '소음.충격 방지 쿠션 패드'를 붙이면 소음이 현저히 줄어든다.

피아노 소리가 이웃에 전달되는 것을 막으려면 피아노를 벽에 딱 붙이지 말고, 밑에는 매트를 까는 것이 좋다. 피아노 음향판 뒤에 흡음재를 붙이거나, 피아노 방 벽면과 바닥에 흡음패드를 붙이면 금상첨화다. 흡음재 가격은 피아노 1대 분량이 대략 7만~8만원 선. 오케이피아노(www.okpiano.co.kr) 등 전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 고무창이 두꺼운 실내화를 신으면 걸을 때 나는 쿵쿵거리는 소리가 훨씬 줄어든다.

# 이에는 이?
윗집에서 이렇게 조심해주면 무슨 걱정? 문제는 눈 하나 깜박 않는 이웃을 만났을 때다. '말'로 해결되지 않을 때 피해자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경범죄로 고발하거나 환경분쟁조정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현 경범죄처벌법엔 지나친 소음을 유발한 사람에게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를 물리게 돼 있다. 하지만 소음의 특성상 증거를 제시하기도 힘들고 처벌 기준도 모호해 합법적인 제재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층간 소음 피해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공동주택 층간소음(cafe.daum.net/aptnoise)' 카페지기인 신금숙(41)씨는 "윗집의 소음이 너무 심해 경찰에 몇 번이나 신고하고,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 신청도 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부 김모(35)씨는 "윗집에서 쿵쿵거릴 때마다 농구공으로 우리 집 천장을 두드리고, 스피커를 천장에 붙여두고 소리를 크게 내는 등의 방식으로 복수하고 있다"며 "윗집 소음이 약간 줄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어 너무 괴롭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사실 현행법상 층간 소음 갈등의 해결 방안이 없다. 아파트 단지별로 자치규약을 만들어 이웃 간에 서로 이해하고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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