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고혈압에 흡연 겹치면 15배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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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은 암에 이어 한국인 사망 원인 2위. 매일 100명 정도가 사망한다. 뇌졸중은 생존을 해도 후유증이 커 장기 관리가 필요하다.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사망을 계기로 뇌졸중의 위험성을 다시 돌아본다.

◆뇌졸중에도 종류가 있다=뇌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성과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이 있다. 출혈성은 혈관의 압력이 갑자기 올라가면서 터지는 것이다. 주로 중.노년기 고혈압 환자에게 많다. 선천적으로 혈관이 꽈리처럼 튀어나온 동맥류도 뇌출혈의 원인이다.

청년층에 흔한 뇌출혈은 주로 뇌동정맥 기형이 원인이다. 혈액은 동맥→모세혈관→정맥으로 흐른다. 하지만 동정맥 기형이 있으면 혈류가 동맥에서 정맥으로 직접 흘러 이상한 혈류 덩어리가 생긴다. 나이가 들면서 혈류 속도가 빨라지고 이 덩어리가 커지면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출혈성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다. 반면 허혈성 뇌졸중은 경고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혈관이 혈전(핏덩어리)으로 완전히 막히기 전에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풀리는 현상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찻잔을 잡으려다 떨어뜨리거나 단추 채우기가 힘들어지는 경우, 혀가 말려 어눌해질 때 등 전구 증상이 몇십 초에서 몇 분간 나타난다. 이 상태에서 신속히 검사를 받고 치료하면 무사하지만 방치하면 심각한 상황을 맞는다.

◆혈압 관리가 예방의 첫 단추=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혈압이다. 약물로 조절이 잘되는 고혈압 환자라도 하루 중 혈압이 늘 일정한 것은 아니다. 환경이나 생체리듬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는 고혈압 환자는 하루 종일 혈압이 높다.

스트레스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혈압이 높을수록 뇌졸중 위험은 높아진다. 예컨대 분노로 혈압이 60㎜Hg 올랐다고 가정하자. 평상시 혈압이 110/70㎜Hg라면 최고 혈압은 170㎜Hg에 이른다. 만일 혈압이 140/90㎜Hg인 환자라면 수축기 혈압이 220㎜Hg까지 치솟는다. 통상 수축기 혈압이 200㎜Hg를 넘으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상존한다. 화날 때뿐 아니라 성행위나 변비 때문에 복압이 올라가는 상황도 위험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평상시 혈압을 5㎜Hg만 낮춰도 뇌졸중 가능성이 40% 줄어든다"며 "뇌졸중 예방을 위해선 평생 120/80㎜Hg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혈압 이외에 흡연.당뇨병.심장질환.과음.비만.고지혈증 등 혈관벽을 손상시키는 요인은 모두 뇌졸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런 원인이 겹치면 뇌졸중 위험이 곱으로 증가한다. 예컨대 고혈압 환자의 뇌졸중 발생률은 5배, 흡연은 3배인데 흡연을 하는 고혈압 환자라면 발생률은 곱하기인 15배 이상으로 증폭된다.

◆뇌졸중을 피하려면=평상 시 위험인자를 없애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이는 게 최우선이다.<표 참조> 예컨대 고혈압 환자라 하더라도 약에만 의존하면 혈압이 하루 중 등락이 있지만 약물치료와 운동.저염식.소식 등을 생활화하면 혈압은 안정된 상태에서 조절된다.

일단 뇌졸중이 발생하면 초응급 상황이다. 따라서 동네 병원을 전전하지 말고 대학병원급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 뇌는 두개골이라는 요새에 둘러싸여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 급속히 뇌압이 올라가 생명이 위험하다. 출혈성 뇌졸중은 출혈 부위의 혈액을 제거하는 등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뇌경색도 혈전용해제 등으로 3시간 이내에 치료해야 효과를 본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허승곤 교수는 "뇌졸중 환자는 응급시술로 위기를 넘겼더라도 재발 위험이 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평상시 위험인자 제거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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