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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대검 차장에 "조국 수사 부담스럽다"…정치 편향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11일 오전 청문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 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11일 오전 청문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 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당시 대검찰청 차장검사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배제된 별도의 수사팀을 제안하면서 "법무부나 검찰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 편향을 드러낸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관이 대검 간부에 장관 사건 의견 제시는 부적절" 

11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김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이던 2019년 9월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소위에 참석해 '윤석열 배제 특별수사팀'을 제안한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당시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이임식과 후임인 조국 전 장관의 취임식이 잇따라 열린 2019년 9월 9일 자신의 법무부 사무실에서 강남일 당시 대검 차장검사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3시 반에 이임식이 있는데 (강 차장이) 좀 빨리 왔다"며 "한 30분 정도 제 방에서 저하고 둘이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박상기 장관을 모시면서 1년 동안 있었던 일과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에 있는 데 우리 법무부나 검찰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등등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장관님이 안 오셨으면 문제가 없는데 오셨으니까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 같다"며 "현재 (윤석열) 총장님을 위해서나 그런 경우에는 총장님께서 별도의 수사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정도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이 일로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 후보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당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지만, 2019년 11월 고발인 조사가 이뤄진 뒤 현재까지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 후보자는 당시 "독립수사팀 구성은 정식 제안이 아니었고,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출신 김한규 변호사는 "당시 장관이 수사 대상이었는데 차관이 수사와 관련해서 대검 간부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건 법적 근거도 없고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부합할 수 있는 검찰총장이 될 수 있는지 청문회 과정에서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현 정부에서 3명의 법무부 장관을 잇달아 보좌하며 친정권 성향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로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

김오수 "궁극적으로 수사·기소 분리돼야"…총장 되면 반발 예상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김 후보자는 여권이 주장해오고 있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해 10월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은 장기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여러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일부 직접수사권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 맞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맞다"며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 수사·기소 분리다"라고 답했다.

검찰총장 신분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한다면 검찰 내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수도권의 한 현직 검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는 점차 줄여가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했을 때 발생할 부작용을 무시하고 밀어붙인다면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질의에 김 후보자 측은 "청문회 과정에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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