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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나요법 … `우두둑` 한 번에 허리 통증 싸악~

중앙일보

입력

서양의학이 한의학에 묻는다. “당신들은 요통을 어떻게 치료합니까?”

한의학이 답한다. “한방에선 요통을 10가지로 분류하지요. 먼저 습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습(濕)요통은 허리에 돌을 얹은 듯 무겁고, 얼음을 댄 것처럼 차갑습니다. 신경을 많이 쓰고 걱정이 많은 사람에겐 기(氣)요통이 많고, 산후조리가 부실할 땐 습열요통에 시달립니다. 무거운 것을 들다 삐어 나타나는 통증은 좌섬(挫閃)요통, 타박·추락 등 내출혈이 원인이 된 것은 어혈요통이라 부릅니다. 이렇게 한방에선 원인에 따라 관절과 근육의 교정뿐 아니라 오장육부의 기혈 소통으로 치료를 하지요.”

지난달 말 서울의 한 한방병원에 ‘진객’이 찾아왔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미국 하버드의대 오셔 연구소 연구원 세 명. 근래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부으며 새로운 대체의학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새삼 한국에 관심을 보낸 것이다. 연구 대상은 추나요법과 추나약물요법. ‘수술을 하지 않고 척추질환을 치료한다’는 한국의 추나를 검증하기 위해 2주간 병원에 머물며 치료 과정과 환자·의사 인터뷰, 치료만족도, 양한방 협진 시스템 등을 조사했다. 고대 한의학 경전에 묻혀있던 추나를 소개한 인물은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원장(55). 1991년 대한추나학회를 설립, 지금까지 학회를 이끌고 있는 신 원장과 연구원들 사이에 오간 대화를 중심으로 추나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2700여 년 전 '황제내경'에 기록 남아

추나의 한자 뜻은 밀고(推), 당긴다(拿)는 뜻. 옛날 산파는 아이를 받으면 곧 발목을 잡고 궁둥이를 때려 아이를 울리고, 기지개를 켜게 했다. 자궁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허리를 펴게 하기 위함이다. 또 어머니들은 아이의 다리를 곧게 자라도록 '쭈쭈'하며 길게 눌러주기도 했다.

추나의 역사는 길다. 2700여 년 전 '황제내경'이라는 한의서엔 안마와 지압, 그리고 밀고 당겨 어긋난 뼈 관절을 맞춰주는 '도인안교(導引安)' 수기치료가 기록돼 있다. 도인(導引)이란 근골을 돌려주고, 사지 관절을 움직여주는 것. 또 안(安)이란 피부와 근육을 눌러주는 것이며, 교()란 손과 발을 들어올리는 수기로 지금의 추나와 매우 유사하다. 이런 외치법(外治法)은 청나라 때 빛을 발해 '추나 박사' 제도까지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손으로 하는 의술을 천시한 데다 환자들이 신체 노출을 꺼려 빛이 바랬다가 서양의 카이로프랙틱이 들어오면서 역사 속의 추나요법을 부활시킨 계기가 됐다.

서양의 카이로프랙틱도 한 뿌리

카이로프랙틱은 도인안교법이 서양에 전해져 발전한 것. 수술이나 약을 사용하지 않고 인체의 자연치유력으로 병을 치료하는 동양의학의 원리를 담고 있다. 예컨대 목뼈가 틀어지면 두통이 올 수 있다. 머리에 혈액을 보내주는 경동맥이 눌려 혈허두통이 생기는 것. 이때 목뼈를 바로잡아주면 목뼈 주변 근육이 이완되면서 혈액순환을 도와줘 두통을 가시게 한다.

밀고 당긴다는 뜻의 추나도 이런 점에선 카이로프랙틱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추나엔 한방의 원리가 추가된다. 단순히 뼈를 교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락과 기혈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누르고, 문지르며, 두드리는 다양한 기법이 응용된다. 약물과 침도 동원된다. 약물요법은 3단계. 핵귀요법은 부어 있는 디스크와 염증을 가라앉히고, 양근요법은 관절 균형 유지와 근육.인대 강화, 보골요법은 골다공증 환자에게 골질을 높이는 약물치료다. 여기에 침이 통증으로 응축된 근육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디스크 환자 84% "치료 후 상태 호전"

추나요법이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그동안 학회가 설립되고, 전국 11개 한의대에서 추나학을 교과목으로 채택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지만 서양의학의 근거주의 시각에 밀려 치료효과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한방은 특성상 치료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자생한방병원은 1997년과 2001년, 2005년 세 차례에 걸쳐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치료 후 정상생활 복귀율, 호전도 등 환자 반응을 조사했다. 2005년 결과에선 디스크로 내원한 492명의 환자 중 78.9%가 '정상생활로 복귀했다'고 응답했고, 치료 후 '호전'을 응답한 사람도 전체의 84.6%에 이르렀다.

현재 약물에선 뼈 재생물질(신바로메틴)이 발견돼 녹십자에서 골관절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고, 미국 어바인대 의대에선 약물을 포함한 추나요법을 연구과제로 채택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한방 병원, 하버드대 의대와 공동 임상 연구

추나의 강점은 수술하지 않는 보존요법이지만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것. 대체의학의 대표상품으로 개발할 소지가 높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전통 한약의 응용.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오셔 연구소 로라 스티븐스는 "미국에서도 요통 치료에 대체의학을 활용하지만 약물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한약이 신경과 뼈를 재생시키고, 부작용이 없다는 점은 연구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물질 신바로메틴은 동물실험에서 염증 및 부종을 가라앉히고, 뼈와 신경조직을 회생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돼 미국에서 물질특허를 획득한 상태다.

하버드대 의대와 자생한방병원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임상 연구에 들어가며, 그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 국제학술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추나요법 생활 속 활용

■목뼈 스트레칭

의자에 앉아 머리를 왼쪽.오른쪽으로 잡아당겨 목 근육을 늘려준다. 눌려 있는 목뼈를 늘려줌으로써 찌그러지거나 눌려 있는 혈관을 바로 펴준다. 경동맥의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어혈이 풀린다.

■허리 굽혀 척추 늘리기

똑바로 서서 다리를 X자로 엇갈리게 한 뒤 손을 깍지 껴 손바닥이 땅에 닿도록 허리를 굽힌다. 등을 구부리지 말고 편 상태로 내려가는 것이 요령. 발을 바꿔 반복한다. 좌뇌.우뇌를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

■가슴 근육 펴기

머리보다 높은 위치에 팔을 뻗어 양손으로 문틀을 잡고 한 발을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가슴을 쭉 문 밖으로 내민다. 다음으로 가슴 위치에서, 다음엔 가슴보다 낮은 위치에서 문틀을 잡고 몸을 문 밖으로 해 가슴을 내민다. 경직된 흉곽 근육을 늘리는 척추 치료법이다.

■등 틀어 팔꿈치 무릎에 닿기

양손을 깍지 껴 머리 뒤에 대고 팔꿈치가 반대쪽 무릎에 닿을 때까지 등을 비튼다. 가슴을 펴 흉곽을 열고 복식호흡을 한다. 등 근육을 스트레칭하면 굳어진 척추 근육이 풀어져 등이 결리거나 뻣뻣한 증상이 많이 완화된다.

■스스로 목 잡아당기기

목뼈 1번을 가볍게 당기는 운동을 한다. 머리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근육과 인대를 당겨주고, 척추와 척추 사이의 디스크 간격을 늘려준다. 주위 근육들이 이완되면서 혈액과 신경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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