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집값 미쳤다"···자녀 떠나고 남은 '60대 싱글' 도시

중앙일보

입력 2021.05.10 17:00

업데이트 2021.05.11 09:47

싱글세대가 올해 처음 9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음에도 ‘1인세대’는 2016년 744만명에서 지난해 906만명까지 불어났다. 정부는 향후로도 세대분화 속도가 더욱 빨라져 1년 내에 싱글세대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포분열을 하듯 싱글세대가 증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젊은세대들이 역대급으로 독립선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독립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닌 고민과 세대분화 양상 등을 짚어봤다. 특별취재팀

[싱글즈]④
60대 싱글세대 전국 최다 ‘창원’

창원 두산중공업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60대 근로자가 기계 작동 과정을 설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창원 두산중공업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60대 근로자가 기계 작동 과정을 설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들이 ‘창원은 집값이 비싸다’며 경남 김해로 가는 바람에 1인세대가 됐어요. 나는 계속 돈을 벌어야 하니 남을 수밖에 없었지요.”

LG전자 창원공장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김모(63)씨의 말이다. 그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다가 최근엔 혼자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아들이 분가를 결정한 지난해부터 집값이 뛰면서 창원에선 집을 살 엄두를 못냈다”며 “결국 아들이 집을 사기 위해 김해로 내려가는 바람에 혼자서 사는 1인세대가 됐다”고 말했다.

높은 집값·산업도시 영향…60대 싱글 최다 

창원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60대 싱글세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창원(3만922세대), 수원(2만5150세대), 고양(2만3992세대) 순으로 60대 싱글세대가 많다. 인구수로 따지면 창원(103만4977명)이 수원(118만6200명), 고양(108만2420명)보다 더 적다. 창원이 인구 대비 60대 싱글세대 비중이 유독 높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높은 집값과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 제조업 관련 일자리가 많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는다. 이영 창원시정연구원 박사는 “창원이 김해보다 집값이 1억~2억원 정도 비싼 탓에 자녀는 김해, 양산 등지로 빠져나가고 경제력이 있는 60대 부모만 창원에 남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층이 많이 살던 창원 의창구, 성산구 집값이 지난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갈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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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아파트들. 위성욱 기자

창원 아파트들. 위성욱 기자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 동향에서도 의창구와 성산구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의창구의 경우 2019년 11월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평균 925만9000원에서 1년 뒤인 2020년 11월에는 1234만3000원으로 33.3% 올랐다. 이중 의창구 신월동의 A아파트(전용면적 134㎡)는 2019년 11월 5억4000만원에서 2020년 11월 10억50000만원으로 94% 뛰었다.

성산구 또한 같은 기간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평균 934만9000원에서 1171만3000원으로 25.3% 상승했다. 이중 성산구 가음동 B아파트(전용면적 100㎡)는 2019년 11월 5억2000만원에서 2020년 11월 8억원으로 54% 올랐다.

싱글들의 도시, 들여다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싱글들의 도시, 들여다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제조업 관련 일자리가 많은 것도 창원의 60대 싱글세대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2020년 12월 현재 창원의 1인세대(15만3406세대) 중 60대는 3만922세대(20.16%)에 달한다. 이어 50대 2만9560세대(19.27%), 70대 2만7721세대(18.07%), 40대 2만3807세대(15.52%) 등이다.

2019년 현재 중장년층(40~64세) 1인가구(5만1658가구) 중 남성 비중이 50.2%로 여성(30.5%)보다 1.7배 많은 것도 일자리의 영향이란 분석이다. 이인숙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기획조정실장은 “LG, 한화, 두산 등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많아 아내와 자녀는 타 지역에서 살고 남편 혼자 창원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창원 성산구 상남동 유흥가 거리. [중앙포토]

창원 성산구 상남동 유흥가 거리. [중앙포토]

1980년 계획도시 함께한 60대 창원 애착 강해

60세 이상 주민들이 창원에 대한 애정이 유난히 강한 것도 60대 1인세대가 많은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업 경기가 2012년 정도부터 하락하면서 젊은층은 떠나갔지만 60대 이상은 상당수가 창원에 남았다는 견해다. 이영 박사는 “창원이 계획도시로 성장하던 1980년대부터 창원에서 살아온 60대는 창원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며 “창원은 내가 만들었다라는 심리 때문에 창원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은 2019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3.4%로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해 10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어르신 섬김 도시를 추진하면서 복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창원시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지난 8일 금강노인종합복지관 증축 공사에 착수하는 등 복지관과 경로당을 계속 짓고 있다”며 “어르신 우선 주차구역 지정과 어르신 놀이터 조성 등을 통해 노인들이 외롭지 않고, 편안하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현예·최은경·이은지·김준희·박진호·백경서·최연수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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