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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나락갔던 수출…10년만에 최대 폭 상승 ‘새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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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옥이 천당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1년뿐이었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며 4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액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이다.

급감했던 4월 수출, 1년 만에 최고 쐈다

월별 수출액 변화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월별 수출액 변화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일 산업통상자원부 ‘2021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1억9000만달러(57조2048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1.1% 급증했다. 4월 기준으로 보면 역대 가장 많은 액수다.

수출 증가 폭도 극적 반등했다. 지난해 4월 한국 수출은 코로나19 확산에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 미국 발(發)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5월(-29.4%)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이러한 기저효과도 훌쩍 뛰어넘어 2011년 1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41.1%)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4월은 전년보다 조업일수가 2일 많아 일평균 수출액(21억3000만달러)으로 하면 29.4% 증가했다.

월별 수출 증감률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월별 수출 증감률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런 수출 상승세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전년 대비 증가로 돌아선 수출은 지난달까지 6개월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액으로 보면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500억달러를 넘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연간 수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8년 이후 처음이다.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1977억달러로 역대 가장 많다.

반도체 호황에 경기회복 타고 석유·철강↑ 

잘나가는 수출 비결에는 우선 기저효과 있다. 코로나19로 교역량이 급감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 수출 증가세가 유독 도드라져 보인 것이다. 하지만 4월 수출은 절대 액수에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이연(移延·시일을 미룸) 수요가 올해 더해진 영향이 크다.

15대 품목별 수출 증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5대 품목별 수출 증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실제 품목으로 보면 반도체(30.2%)·무선통신기기(79.9%) 같은 정보기술(IT) 품목은 지난달에도 여전히 좋은 실적을 보였다. 이들은 비대면 경제 확산에 코로나19에도 오히려 판매가 늘어난 품목이다. 여기에 그동안 부진했던 철강(39.0%)·일반기계(17.0%)·석유화학(82.6%)·석유제품(96.4%)·섬유(46.5%) 등 중간재 수출도 크게 늘었다.

이들 중간재는 경기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최근 백신 효과에 미국·유럽 등 주요 교역국들이 경기가 살아난 것이 수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실제 중간재 수출은 지난해 4월(-37.0%)에는 전년 대비 큰 폭 감소했지만, 지난달(54.9%)에는 급등했다. 특히 유가 상승에 지난달 석유화학 수출(46억6000만 달러)은 4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주력품목인 반도체·자동차도 선전했다.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른 반도체(93억4000만 달러)와 신차 판매 호조를 보인 자동차(41억5000만 달러)는 모두 4월 기준으로 각각 역대 2위와 3위 수출액을 기록했다.

지난달 소폭 감소했던 디스플레이(43.5%)마저 전년 기저효과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지난달 15대 주력 수출 품목 전부가 전년 대비 수출액이 증가했다.

지역으로 보면 9대 수출 시장 모두 전년 대비 수출액이 상승했다. 특히 4대 시장인 중국(31.7%)·미국(43.0%)·유럽연합(43.0%)·아세안(45.5%) 수출은 모두 30% 이상 증가했다. 중국·미국·유럽연합은 모두 4월 기준 역대 최고 수출액이다.

공급망 재편·반도체 부족·운임 상승은 부담

이러한 수출 증가세는 앞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백신 보급이 본격 진행되면서 경기가 회복하는 데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품목 선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프레스티지’가 부산 신항에서 국내 수출기업 화물을 싣고 출항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 HMM]

5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프레스티지’가 부산 신항에서 국내 수출기업 화물을 싣고 출항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 HMM]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출 증가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사실 우리 수출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커진 비대면 경제 수혜를 받아 가전과 컴퓨터 등 주력 IT(정보통신) 제품 판매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한번 구매하면 오랜 시간 쓰는 내구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하반기에는 수요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최근 다시 심화하는 미·중 무역갈등과 이로 인한 반도체 등 주요 제품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부담스럽다. 또 급격한 경기회복에 따라 부족해진 부품과 원자재, 운임가격 상승도 악재다. 특히 생산 차질까지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영향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현재 글로벌 물류 및 부품 차질, 공급망 리스크 등 직면한 과제들을 민관이 합심해 노력한다면 무역 1조 달러 회복과 수출을 통한 경제 회복에 앞장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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