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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물산으로 ‘전자 지배력’ 확대…이재용에 힘 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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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2년 1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 2012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2년 1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 2012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의 절반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물려받는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 등 다른 주식은 고인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이 부회장 등 세 자녀가 법정비율대로 상속받는다. 재계는 이 같은 지분 정리는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안정화하고, 유족 간 결속을 다지겠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주식 상속 마무리 #이재용, 삼성생명 개인 최대 주주로 #전자 지배구조 강화…경영권 안정 가능 #상속세 연부연납 신청…1차분 2조 납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는 30일 오후 고 이 회장의 주식 상속 내용을 공시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2억5000만 주·4.18%)와 삼성생명(4152만 주·20.76%), 삼성물산(3267만 주·2.88%), 삼성SDS(712만 주·0.01%) 등 19조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했다. 삼성전자 주식 가치만 15조원을 웃돈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SDS 지분은 홍 전 관장과 세 자녀가 법정비율대로 상속 받았다. 홍 전 관장이 9분의 3을,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9분의 2씩 받았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부인 홍라희 여사 등 가족과 함께 지난 2012년 1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2’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부인 홍라희 여사 등 가족과 함께 지난 2012년 1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2’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대신 삼성 일가는 이 부회장에게 고인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의 절반(2076만 주)을 몰아줬다. 삼성생명은 삼성물산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 역할을 한다. 홍 전 관장은 삼성생명 주식을 받지 않았다. 이 사장은 1384만 주를, 이서현 이사장은 692만 주를 각각 받았다. 세 자녀의 지분 비율은 대략 3:2:1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0.06%에서 상속 후 10.44%로 높아진다. 삼성물산 다음으로 2대 주주, 개인으로는 최대 주주다.

삼성은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지분 상속을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력이 강화돼 안정적 경영이 가능하게 됐다. 삼성전자 지분은 1.63%를 갖게 됐다.

이재용 주식 15조원대…국내 톱 수준 

아울러 이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15조7000억원대로 불어난다. 이 부회장의 기존 자산은 9조원대로 알려졌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이 부회장이 상속 받은 주식 가치는 삼성생명 1조7000억원, 삼성전자 4조5000억원, 삼성물산 1600억원, 삼성SDS 4억원 등 총 6조3700억원이다. 국내 최고 주식 부호인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15조9000억원)과 어깨를 견주게 된다.

한편으론 자녀가 삼성전자 주식을 균등 상속함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게 됐다. 이 부회장이 시가 15조원대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받게 되면, 그만큼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세 부담도 줄이고, 경영권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유족 간 합의가 현명하게 이뤄진 듯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한편으론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 지분 배분에서는 세 자녀의 재산권을 최대한 인정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삼성 측 “유가족 간 원만한 합의”

삼성 측은 “경영상 목적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주식의 절반을 상속받았다”며 “가족 간 원만히 합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그룹 지배구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편 이날 오후 홍 전 관장 등 유족 측은 세무대리인인 김앤장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12조원대 상속세를 신고했다. 이후 1회차 상속세로 약 2조원을 납부했다. 세금을 분할 납부하는 연부연납을 통해 총 6회에 걸쳐 2026년까지 완납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조만간 세무조사에 착수해 내년 1월 상속세 금액을 확정하고 연부연납을 허가할 방침이다. 이날 상속세는 삼성 일가가 받은 배당금 1조3079억원과 은행 신용대출 4000억원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삼성을 통해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형수·최현주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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