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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으면 자가격리 면제..."변이 퍼지는데 시기상조" 지적도

중앙일보

입력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입국장의 모습. 뉴스1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입국장의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에 나선 정부가 다음 달 5일부터 접종 완료자의 자가격리를 완화하는 인센티브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난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와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 변수도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백신 맞으면 해외 다녀와도 자가격리 면제”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완료자가 확진자와 밀접접촉했을 때 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고,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자가격리가 아닌 능동감시대상자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외국을 다녀온 경우에도 PCR 검사가 음성이고 증상이 없으면 능동감시로 관리하도록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대상자는 백신별 권장 접종 횟수를 모두 접종한 후 항체 형성 기간인 2주가 지난 사람이다.

능동감시로 전환된 예방접종 완료자의 경우 격리 조치는 면제되지만 2주 동안 총 두 번(6~7일 차, 12~13일 차)의 PCR 검사를 받게 되며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다중이용시설 출입자제 등 생활 수칙을 위반할 경우 자가격리로 전환된다. 다만  남아공,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 유행국가에서 입국한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14일간 시설 또는 자가격리를 한다. 해외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입국한 이들의 경우도 향후 국가 간 협약이 마련된 이후 순차적으로 조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이·돌파감염 우려 있는데 섣부르다” 지적

2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시설관계자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탄자니아 입국자 시설 격리 안내문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2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시설관계자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탄자니아 입국자 시설 격리 안내문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일각에선 전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시기에 자가격리 면제 카드를 꺼내 든 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AZ 백신의 경우 남아공과 브라질 변이 예방효과가 약하다. 해당 국가를 제외한다고 해도 이미 해외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 세가 심각한데 자가격리를 풀어주면 지역 사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2주간 한국에서 변이 바이러스 86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86건 가운데 76건이 영국, 19건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로 감염 인지 경로는 해외 유입이 34명, 국내 발생이 52명이었다. 이날까지 국내 변이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는 총 544명이다. 인도, 남아공, 브라질 등 주요 변이 외에 기타 변이 감염자도 363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엔 인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9명도 포함됐다.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뉴스1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뉴스1

변이 바이러스 외에도 백신을 접종한 후에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 감염’에 대한 우려도 있다. 돌파 감염은 정해진 접종 횟수를 마치고 2주간의 항체 생성 기간이 지난 후에 감염되는 경우를 뜻한다. 한국에선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20일(현지시각) 기준 백신 예방접종 마친 인구 8700만명 가운데 7157명이 돌파 감염이 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접종자의 0.008% 수준이다.

천 교수는 “무조건 자가격리를 해제할 게 아니라 기간을 축소하는 방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발병 평균 일자가 4~5일이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격리하는 수준으로 경감하는 쪽으로 변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면제 카드, 가장 좋은 대책 중 하나”

29일 서울 영등포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29일 서울 영등포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자가격리 완화 인센티브는 접종률을 높이는 데 있어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입장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험성이 100% 없어지진 않겠지만 백신 접종을 장려하고 이익을 줌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이익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돌파 감염 우려도 있는데 비율이 낮고 전파 감염 위험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 사회적 재개방에 영향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대해선 “국가별로 분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완료되고 국가 내 상황이 안정된 나라에 한정해 자가격리 완화를 풀어야 한다. 인도와 주변 국가는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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