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 뇌 속에선 이런 일이 …

중앙일보

입력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의 뇌세포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한 호주 연구팀이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의 뇌세포를 정상적인 사람들의 그것과 비교한 결과 유전자의 활동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대중지 '뉴사이언티스트' 최근호는 호주 퀸즐랜드대 로즈마리 크라이거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했다. 크라이거 박사는 '아미그달라(소뇌편도)'라는 부위에 알코올이 침투하면 수백 개의 유전자 활동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뇌영상 정보를 통해 알아냈다. 아미그달라는 감정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감각신경이 모여들고 운동신경이 뻗어나가는 부위에 자리잡고 있다.

6명의 알코올 중독자가 실험대상이 됐다. 정상인과 유전자의 활동 정도를 비교했을 때 아미그달라에서 주로 나타나는 772개의 유전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3분의 2에 해당하는 유전자의 활동 정도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유전자들이 활동을 멈춰 신경세포가 죽고, 에너지원으로 알코올을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금주를 한 알코올 중독자가 다시 술에 손을 대는 이론적인 근거이기도 하다.

또 하루 24시간을 인지하는 시간유전자 'per3'의 활동이 많이 떨어져 수면장애는 물론 우울증을 불러왔다. 중독증세를 억제하는 단백질 또한 적게 만들어졌다. 크라이거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아미그달라 부위가 알코올의 직접적인 목표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알코올 중독 증세로 영향을 받는 유전자의 수와 범위가 이 정도로 광범위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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